<데스크 라인> 산업정책 균형을 잡자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국내 인터넷 이용자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인터넷 이용자수가 전인구의 20%를 차지한 셈으로 인구 5명당 1명이 인터넷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이용자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한 것을 보면 인터넷이 어느새 우리 곁으로 다가와 자리잡았음을 실감할 수 있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말처럼 이제 인터넷이 우리 삶의 양식을 지배하고 있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이 이제 인터넷을 통하지 않고는 어떠한 일도 할 수 없는 세상이다.

 요즈음 코스닥시장이 출렁거리면서 반토막난 투자자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인터넷 관련주가 아니면 투자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 지 오래다. 투자자들은 미래가치에 주목, 실질가치가 크지도 않은 인터넷업체에 기존의 제조업체보다 더 가치를 두고 있다.

 기업체들도 하루가 다르게 인터넷에 대한 투자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몇백억원에서 몇천억원까지 펀드를 조성해 인터넷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반도체장비 업체들까지도 인터넷사업으로 달려가고 있다. 모든 기업들이 인터넷이라는 열차에 몸을 싣지 못하면 도태될 것처럼 생각하고 열차에 올라타려고 안달이다.

 기업뿐만 아니다. 최근에 있었던 개각으로 등장한 신경제팀이 취임하자마자 따뜻한 경제를 부르짖으면서 내놓은 정책도 인터넷을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이헌재 경제팀은 지식기반 경제구축을 위해 지금보다 정보유통속도가 1000배 빠른 차세대 인터넷을 개발하고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심지어 민관 합동으로 1조원의 벤처자금을 조성, 올해말까지 1만개의 벤처기업육성과 10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복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이헌재 재경장관의 인식이 작용한 듯싶다. 평소 선문답을 즐기는 관료로 널리 알려진 이 장관이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문화에 우리의 장래가 달려 있다며 우리 경제정책의 근간을 디지털로 바꾸겠다고 공언한 모양이다.

 이 장관은 한술 더떠 모든 게 제조업 위주로 돼있는 우리 경제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해안에 조선·자동차를 비롯한 기존 산업이 디지털경제로 전환하지 못하면 생존이 어려울 것으로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이 장관의 인식은 지금 인터넷이 확산된 속도에 비추어볼 때 그렇게 틀리지만은 않은 듯싶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 우리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이 마치 문제가 많은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제조업을 홀대하는 인상까지 주고 있으며 이번에 발표된 정부정책도 그렇게 비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체 사장들을 만나보면 한결같이 『우리가 마치 낙후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치부되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마치 인터넷사업에 투자하지 않으면 한물 간 기업으로 여기는 세태에 대해 섭섭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최근에 만난 대기업체 경영자는 『인터넷은 하나의 도구』라면서 『인터넷을 활용하자는 측면은 이해할 수 있지만 너무 인터넷으로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IMF를 힘들게 극복한 제조업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할 때라고 말한다.

 예전에 농업이 비교우위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말고 값싼 농산물을 수입해 먹어야 한다는 논리가 횡행한 적이 있다. 지금 인터넷을 향해 달려가면서 전통산업을 소홀히 여기고 있는 현상을 보면 이같은 논리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산업인 철강산업은 2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요 산업으로 남아 있다. 「인터넷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도 농업은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존재하고 있다.

 미국의 농업인구는 1929년에 취업인구의 20%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2∼3%대로 떨어졌지만 농업은 미국의 수출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새가 날 수 있는 것은 한쪽 날개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좌우 양 날개가 동시에 날갯짓을 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인터넷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갈 때 중심을 잡아주는 추가 있어야 한다. 그런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한다. 정부가 미래에 대비, 인터넷산업의 육성에 나서는 것도 좋지만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에도 눈을 돌리는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아직 반도체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디스플레이 등 기존 제조업분야에서도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먹을 수 있는 파이는 얼마든지 남아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