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라인> 기술만이 살길이다

박광선 기술산업부장 kspark@enews.co.kr

 디지털기술과 문화가 꽃을 피우는 이 시대의 화두는 기술이다.

 기술이 경제를 지배하고, 기업의 판도와 순위까지도 바꾸게 된다. 이러한 디지털혁명시대에 우리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과연 무엇인가. 아무리 고심해봐도 연구개발투자 확대를 통한 자체 기술력 확보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세계 최고수준인 미국기업들이 연구개발비를 끊임없이 늘려나가는 것도 기술력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미국기업의 연구개발비는 94년 971억달러에서 지난해 1660억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초일류기업들조차 내일을 위한 새로운 상품, 새로운 공정,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사활을 거는 실정이다.

 우리가 이들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이들보다 더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이들보다 많은 돈을 연구개발에 투입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가능성 있는 부문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건국 이래 최대의 경제위기라는 IMF에도 불구하고 지난 97년말 3060개던 기업부설연구소가 지난해 4810개로 늘었다는 점이다.

 우리만의 특화기술이 있어야 나날이 높아만 가는 선진국 무역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 저임금을 앞세운 개발도상국의 추격도 기술이 있어야 뿌리칠 수 있다. 이러한 시기에 「기술전쟁」의 전진기지가 될 부설연구소가 늘어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21세기 기술전쟁시대의 주역이 될 민간연구소가 처음 태동한 것은 70년대 말이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매출 300억원 이상인 기업의 연구소 설립을 권유하면서 급물결을 타기 시작한 민간연구소는 81년 53개가 설립된 데 이어 83년 100개, 88년 500개, 91년 1000개, 93년 1500개, 95년 2000개를 넘어서는 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기업연구소가 이처럼 급증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기술개발지원제도와 함께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을 개척하려는 기업의 의지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90년대 들어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연구소 설립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최신정보를 습득하고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적진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해외연구소 설립이 러시를 이룬 것이다.

 이처럼 국내외에 민간연구소가 설립되고 독자 개발한 기술이 늘어나면서 우리 기술의 해외수출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산기협에 신고된(계약기간 동안 미화 10만달러 이상인 경우) 기술수출은 전년대비 25.4% 증가한 55건이라고 한다. 이는 97년의 71건에는 못미치는 수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크게 침체되었던 우리나라의 해외투자 및 기술개발활동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민간연구소에서 흘린 땀과 눈물이 기술수출국 반열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소프트웨어·반도체·통신·생명공학 등 첨단업종을 중심으로 기술수출이 이뤄져야 하고, 특화기술을 바탕으로 선진국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등 기술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부가기술은 기초·기반기술이 수반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우리의 기초·기반기술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이윤추구를 주목적으로 하는 기업연구소에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라고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곳이 바로 이런 부문이다. 물론 기업도 자금의 회수기간이 길고 실패위험이 높은 영역에 투자해야 한다. 실패확률이 높은 기술일수록 개발이익은 더욱 크다. 따라서 위험부담이 큰 연구개발에도 과감히 투자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세계의 유력기업들이 최고경영자 직할로 연구개발팀을 조직·운영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기술경쟁이 갈수록 강화되는 반면 기업의 시장확대 여건은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적극적인 전략이다.

 이제 우리 기업도 변해야 한다. 기술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기술전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동적인 연구개발 자세에서 탈피, 보다 능동적인 연구개발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