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수확체증의 법칙

정복남 전자신문 국제부장.부국장대우



 『나에게 설 자리를 준다면 지구를 움직여보겠다.』

 이는 지레에 대한 새로운 원리를 찾아낸 고대 아르키메데스의 말이다. 과거 전통적인 산업구조에서 기업가는 경영이란 지레의 중심을 자본 또는 노동, 토지에다 맞춰 생산성 향상을 추구했다. 그러나 20세기가 끝나고 21세기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 기존 경제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신기술과 신산업의 잇단 등장으로 신산업과 전통산업이 혼합되는 과도기적인 산업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가는 경영마인드를 어느 곳에 두어야 할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아메리카온라인, 타임워너 흡수합병」 새로운 밀레니엄의 벽두인 지난 10일 세계 최대의 인터넷기업인 AOL과 세계 최대의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가 사상 최대규모의 흡수합병을 전격 선언했다. 유구한 역사의 세계적인 그룹이 신생기업에 불과한 AOL에 흡수된 것은 과거 전통적인 산업사회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최근 들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의 유명 전자제품 유통체인 라디오색과 인터넷사업을 공동 추진하기 위해 이 회사에 지난 9일 1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지난 1년간 전세계 인터넷 관련사업을 위해 80억달러를 사용했다. 또 인텔의 경우는 지난 1년 동안 전자상거래 관련 인터넷회사를 흡수통합하는 데 60억달러를 들였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해 5월 AT&T가 미국 최대의 케이블TV사업자인 TCI를 인수하고 곧바로 미디어원까지 인수했으며 AOL도 타임워너 흡수 이전에 컴퓨서브·넷스케이프·디지털시티·무비폰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최근 들어 인터넷과 미디어시장에서는 이의 패권을 둘러싸고 흡수합병과 제휴 등 적과의 동침도 서슴지 않는 일련의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이같은 사건이 최근 들어 잇따라 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얼마 전만 해도 불가능했던, 탄생된 지 얼마 안된 인터넷 신생기업들이 과거 전통적인 대기업을 흡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통적인 산업구조에 적응돼 있는 기업경영자들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해답은 과거 전통적인 산업구조가 무너지고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이 정착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인프라는 바로 수확체증의 법칙(The law of increasing return)이다.

 미 스탠퍼드대학의 브라이언 아서 교수는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반드시 적용되지는 않는다. 고전경제학의 가정이 적용되지 않는 하이테크 분야에서는 새로운 경제학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수확체증의 법칙을 주창했다.

 그는 수확체증의 법칙에 대해 생산규모가 커질수록 추가 투입요소당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수확체감의 법칙과 달리 윈도95를 많이 생산해 사용하는 사람이 증가할수록 응용프로그램도 많이 만들어지게 되고 소비자층도 넓어져 생산이 더 쉬워진다는 말로 설명한다.

 IT산업의 이러한 속성은 또 네트워크 효과와 결합돼 더욱 가공할 만한 위력을 보여준다.

 네트워크 효과란 전화·PC·인터넷 등으로 연결해 공동작업을 수행할 경우 한 사람이 하는 것보다 생산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수확체증의 법칙과 네트워크 효과가 전통산업과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신산업이 혼합되는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간결하다. 강자는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더욱 약해져 승자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1등 하는 기업은 엄청난 부를 보장받으나 2, 3등 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현재는 웹상에서 많은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지만 대부분 도태되고 가까운 시일 내에 강자만이 살아남게 된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바로 이같은 신경제의 법칙에 의거해 정비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유력하다. 신기술의 출현에 의해 기업가치가 역전돼 신생기업들이 기존의 재래식 기업을 흡수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신경제법칙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AOL의 99년 6월 기준 매출기준은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기업 중 300위권에 불과하지만 시가총액은 1800억달러로 세계 최대의 매출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 시가총액 465억달러보다 4배나 많다.

 이밖에 미디어업계의 강자인 월트디즈니도 시가총액에서 야후에 뒤지고 있으며, 인터넷 증권사인 찰스스왑도 기존 세계 최대의 증권사인 메릴린치보다 50억달러나 많다. IT 신생기업의 시가총액이 기존의 전통적인 기업을 앞서다 보니 미래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생 강자기업들은 전통기업의 흡수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새 밀레니엄의 벽두부터 컴퓨터·통신·소프트웨어 분야의 신기술은 상호 작용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매우 다른 새로운 경제판도를 연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이다.

 인터넷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현재 세계적인 IT기업들은 수억달러씩 내걸고 내기를 벌이고 있다.

 이기면 수확체증의 법칙 수혜자가 되는 것이고, 지면 패배감을 맛볼 수밖에 없다. 오늘을 사는 기업가들에게 지레의 새로운 원리를 찾아낸 아르키메데스의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