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인터넷 바로보기

김경묵 인터넷부장  

요즘 인터넷업계의 젊은 사장들은 밤잠을 잘 못 이룬다고 토로한다. 2000년 인터넷시장을 선점할 만한 사업모델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그들 중엔 이미 코스닥시장에서 잘 나간다고 인정받은 업체의 사장도 상당수 끼어있다.

 고민의 실상은 대략 이렇다. 지난 한해 동안 인터넷 비즈니스의 주된 요소인 회원(커뮤니티)도 모을 만큼 모았고 코스닥을 통해 자금력도 확보했지만 정작 사업을 하려니 「좋은 그림」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반짝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돈 모으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인터넷열풍에 편승한 인터넷공모로 최고 9억9000만원을 모은 업체만도 100여개에 달한다. 문제는 투자자나 회원들이 더이상 아이디어에만 머무는 사업모델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G사 K사장)

 이제 아이디어 수준인 1차 모델로 돈을 모으기는 불가능하다. 그만큼 우리나라 인터넷 수준도 높아졌다는 얘기다. 수익성이 담보된 2차 모델 없이는 올해를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물론 방법은 있다. 현재 대다수 인터넷업체들의 적자요인은 과다한 마케팅비용에 기인한다. 따라서 광고나 판촉활동을 위한 마케팅비용을 대폭 줄이면 된다. 하지만 상위 몇개사가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는 인터넷 사업속성을 고려하면 이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미래가치가 중요한 잣대인 인터넷시장에서 시장선점을 위한 마케팅활동을 포기하는 것도 당장의 적자만큼 큰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요즘 인터넷업계에선 이런 이유에서인지 「6월 격변설」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더이상 수익모델을 창출하지 못한 업체는 도태되고 이를 피해 살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인터넷업계의 지각변동이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지난해 인터넷공모나 개인투자자들을 통해 마케팅비용을 확보한 기업들의 자금 소진시기가 5∼6월에 몰려 있다는 점도 이같은 지각변동의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2차 모델이 없는 인터넷업체 사장들의 한숨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밤잠을 못 이루기는 실물경제(오프라인) 업계의 경영층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이 대세인 만큼 따라가기는 해야겠는데 어떻게 진입해야 하는지 마땅한 아이디어가 없는 게 그들이 직면한 현실이다.

 『왜 하필이면 지금, 내가 사장으로 재직중인 이 시기에 인터넷이 나와가지고 이렇게 고민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재벌기업 계열사인 S상사 P대표의 말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 과거의 성공경험을 쉽게 포기할 수도 없겠지만 무작정 온라인 영업망으로 뛰어가자니 그동안 전국에 깔아 놓은 대리점 등을 비롯한 기존 조직과의 마찰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간 코스닥을 통해 넉넉한 자금을 확보한 인터넷 전문업체들이 올들어서는 점점 본류시장을 치고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 대기업들의 손이 닿지 않았던 니치마켓을 위주로 세력을 넓혀왔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대기업 입장에선 이에 대한 수성전략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결국 인터넷업체와의 전면전을 하든지 과감한 제휴를 펼치든지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이들 젊은 사장이나 대기업 경영층의 고민을 풀어줄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제로섬 게임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요즘 공룡기업인 GE가 전세계적으로 펼치는 전략은 눈여겨 볼 만하다. GE는 온라인을 통해 많은 거래처 정보제공은 물론 기존 대리점의 영업활동을 지원해 매출확대에 커다란 효과를 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은 물론 인터넷업체들이 모여 만든 「사이버동맹」도 의미를 지닌다. 대기업을 포함한 오프라인의 유력업체와 인터넷 온라인업체들이 모여 윈윈효과를 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자는 의도는 탈출구를 못찾는 양쪽 업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리 베조스의 말은 매우 의미있게 들린다. 『우리는 인터넷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 알고 있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변화의 2%도 채 안될 것이다.』

 인터넷인구 4000만 시대에 유용할 비즈니스 모델을 이제 1000만명을 갓 넘은 현시점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결론은 분명하다. 고객중심의 철저한 사고만이 성공(수확체증의 법칙)을 담보할 수 있다. 거기에는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의 구별은 없다. 이같은 사고가 전제될 때 인터넷업체들은 이 좁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한자문화권의 기득권을 갖고 있는 아시아시장 선점전략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 역시 온라인 업계와의 공조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확실한 영업망을 갖출 수 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 나라에서 경제회생에 노력하는 사장들은 온라인·오프라인 구별없이 편하게 잠잘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