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윈도 소스코드 공개하자

지난해 11월 중순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연방법원으로부터 윈도 운용체계(OS)를 독점판매해왔다는 판정을 받으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동안 이런 일을 당한 적이 없던 MS로서는 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일은 MS의 어떤 경영진보다 빌 게이츠 회장에게 가장 큰 당혹감을 안겨줬다. 미국의 신화적 상징성으로 인정을 받아온 그로서는 그 충격이 상당히 컸다.

빌 게이츠는 이와 관련해 곧바로 맞대응에 나섰다. 자신은 회장자리에서 물러나고 제 2인자인 스티브 발머를 CEO로 승진발탁해 모든 경영권을 넘겨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것으로선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빌 게이츠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법적문제가 해결됐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독점법과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가 택할 수 있는 해결방법은 두 가지 정도다. 한가지 방법은 윈도 사업을 분할해 윈도만을 판매하는 회사와 다른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회사를 따로 만드는 것이고 또 다른 한가지 방법은 윈도의 컴퓨터 소스코드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외에 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MS의 대응전략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MS 빌 게이츠가 최근 충격적인 의견을 피력해 주목을 끈다. 그것은 바로 그동안 애지중지해 오던 윈도의 소스를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한 것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정부와 벌이고 있는 반독점법 위반 소송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윈도 소스코드를 다른 컴퓨터업체는 물론 경쟁업체에도 개방해 윈도의 변형판을 만들거나 파는 것을 허용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MS가 반독점법 위반 해결방법을 소스코드 공개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OS의 소스코드 공개는 그리 생소한 일이 아니다. 이미 유닉스와 리눅스 등이 공개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급돼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 국내 OS시장에서 90%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MS가 과감히 소스코드를 공개하겠다고 한 것은 믿어지지 않는다.

이에 대해 명쾌하게 대답해 주는 사람은 없다. 대변인인 짐 컬리넌을 비롯해 관계자들은 모두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빌 게이츠의 윈도 소스공개 용의에 대해 진의를 파악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노코멘트란 사실은 있지만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음을 의미한다. 윈도 소스코드 공개 의사가 없다면 그 사실을 「부정」해야 한다. 하지만 여러가지 상황에 비춰보면 빌 게이츠는 정부의 소스코드 공개 의견을 수용하지 않으면 안될 듯 싶다.

조만간 반독점법 위반과 관련해 최후진술이 남아 있는 것도 그렇고, 의욕을 갖고 내놓은 「윈도2000」에 대한 여론도 그렇다. 일부 언론들은 「윈도2000」이 나오자마자 기능상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의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게 더 효과적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MS입장에서 보면 윈도의 소스를 공개할 경우 그 피해는 상당히 크다. 지금까지 독점이나 다름없던 시장을 여러 업체에 넘겨줌으로써 자신의 많은 이익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또 독점적 지배권 상실에 따른 시장지배력도 급격히 낮아질 게 뻔하다.

그러나 컴퓨터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촉진하고 고성능 OS를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사업분리 방식이 더 나은가 하면 그렇지 않다. 사업부별로 몇 개 회사로 분리할 경우 윈도와 관계없는 나머지 회사들의 영향력은 거의 없어지게 마련이다.

어떤 방식을 채택하든 MS로서는 별로 도움될 게 없다.

첨단사업과 관련해 사업운영 통찰력이 어느 누구보다 뛰어난 빌 게이츠 회장이 윈도 소스코드 공개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두고 볼 일이다. 소프트웨어산업 발전과 소비자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윈도 소스코드 개방을 전향적으로 생각해 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