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회사명 바꾸기

예로부터 이름을 짓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름이란 한마디로 개념을 대표하고 그 사물과 딴 사물과 구별하기 위한 칭호 또는 명칭을 뜻한다. 이는 단지 단어의 개념적 정의에 불과하지 이름에 내포되어 있는 그 속뜻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그래서 중국 성현들은 『이름은 그 사물의 성징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그만큼 명실상부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이름이 실상과 부합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이다. 한번 지어진 이름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어렵다는 것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요즘 전자정보통신업계에는 이와 대조적인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의 「회사이름 바꾸기」가 한창이다.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새천년을 맞아 기업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하고 획기적으로 달라진 회사의 모습을 회사이름에 반영하겠다는 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인터넷 사용인구 증가로 e비즈니스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분야의 「문패 바꿔달기」가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인터넷상의 도메인명을 짓기 쉽게 영문 이니셜로 회사이름을 축약하거나 회사이름에 e비즈니스를 나타내는 「텍」 「텔」 「컴」 「닷컴」 「넷」이라는 단어를 넣는 업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한솔PCS가 정보통신사업 강화를 위해 회사이름을 한솔엠닷컴으로 바꾼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정보통신업체는 물론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체, 시스템통합(SI)업체에 이르기까지 현재 100여개의 업체들이 구닥다리 회사이름을 신선하게 바꿨다.

지금도 크고 작은 수백개 업체들이 첨단 이미지가 나는 업체로 변신을 추구하면서 회사명 바꾸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실 나면서부터 지어진 이름을 평생토록 간직하는 것이 우리의 관습이었다. 자연인으로서 사람이름 바꾸기도 그렇게 쉽지 않는데 하물며 수년 동안 고객에게 이미지화되어 있는 기업들이 개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겠는가. 사실 기업의 이미지가 사업성패를 좌우하는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의 개명작업은 대단한 결단이 담보되지 않으면 안될 일이다.

물론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의 회사명 바꾸기를 두고 사람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 업체의 개명작업에 대해 그동안 회사이름이 주는 어둡고 무겁던 기업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시대적인 흐름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작업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주가관리를 위한 「의도적인 조치(?)」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기업의 내용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텍」 「텔」 「닷컴」 등 요즘 관심을 끄는 단어를 넣어 회사이름을 바꾸는 것은 주가를 높이기 위한 한 방편이라는 지적이다.

이것은 일면 일리가 있는 얘기다. 증권시장에서 첨단기업 이미지를 주는 기업의 주가가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해준다.

사실 잘 알려져 있는 회사는 굳이 개명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가면서 회사의 이름을 바꿀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명을 바꾸는 기업들은 이에 맞는 사업구조 변경과 기업경영을 구사하지 않으면 안된다. 옷을 갈아입듯이 회사명만 첨단 이미지가 나는 것으로 바꾼다면 사업성공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회사이름의 상징성을 너무 신비화하다 보면 소위 회사이름만 잘 지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명칭에 대한 미신」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기업이 새로운 이름의 옷을 갈아입는 것은 일련의 혁신과정이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대단한 변신의 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의 개명작업은 겉모습을 그럴 듯하게 분칠해 주가나 올려보자는 식으로 추진되어서는 안된다. 실속없는 기업의 겉모양 갖추기로 추진되는 「새이름 만들기」는 실패의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요즘 불고 있는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의 사명 바꾸기는 인터넷시대의 흐름과 세계화를 반영해 사업구조변경 및 경영혁신과 병행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