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인터넷과 전자부품업체

산업전자부 원철린부장 crwon@etnews.co.kr

벤처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강남 테헤란로를 걷다 보면 빌딩숲사이로 내걸린 인터넷 주소를 흔히 볼 수 있다. 불과 1∼2년전만 해도 빌딩의 대형광고 간판에서 인터넷 주소를 찾아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상황이 바뀌어 지금은 빌딩의 대형광고 간판에서 홈페이지 주소를 찾아 낼 수 있다.

거리의 모습만 변한 것이 아니다. 바보상자인 TV 광고도 많이 바뀌었다. 인터넷업체의 광고는 물론 일반 업체 광고에서도 인터넷주소를 쉽게 볼 수 있다. 어느 새 인터넷이 우리 일상 생활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일반 생활속에 인터넷이 자리하면서 기업체들은 인터넷을 접목시키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마케팅·영업·노사·재고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업환경이 e비즈니스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이면서 한동안 인터넷붐에서 소외됐던 제조업체들까지도 인터넷을 소화하려고 준비중이다.

기업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자면 「e비즈니스를 준비하지 않는 기업에는 미래가 없다」라는 말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다.

인터넷을 기업경영에 접목시키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B2B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고 있다.

조사전문기관인 가트너그룹은 B2B거래가 올해 2370억달러에서 2004년에는 2조8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는 B2B가 가져다 줄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재고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중장비업체인 미국 캐터필러사의 경우 공장과 딜러간 재고가 40억달러에 이르렀으나 B2B구축으로 재고량을 4년내 10억달러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번째는 구매에서 커다란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드레스드너클라인워트벤슨증권은 B2B로 인해 기업이 최소한 10%의 비용을 절감,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골드만삭스사는 B2B만으로 산업국가 총 연간성장률이 25% 포인트 높아질 것을 내다봤다.

세번째는 인터넷은 교육비용과 시간을 절감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인적자본을 얻는 기본 방법은 소크라테스시대 이후 지금까지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전으로 교사들과 학생들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도 바로 눈앞에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원거리 교육이 가능해짐으로써 교육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직원교육에 많은 시간과 경비를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웹을 기반으로 한 수업에서는 사람들이 보통 한시간 이상씩 걸려 다른 교육장에 오고 갈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은 업무에 지장을 받지 않으면서도 재교육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신기술이 끊임없이 출현하면서 일반 직장인들도 시대에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으나 온라인교육을 활용하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e비즈니스의 도입으로 커다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전자부품업체들은 e비즈니스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하고 우려한다.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카난 스리니바잔 카네기멜론대 IT경영학 교수는 『B2B가 확산되면 결과적으로 부품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급가격이 낮아져 제조업체는 좋아할테고 부품업체 입장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업체가 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현실에 부딪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같은 지적처럼 B2B의 확산은 전자부품업체들을 온실에서 들판으로 내몰 것이라는 점이다. 인터넷시대의 이전에는 부품업체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시대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인터넷으로 거리가 전혀 문제되지 않으면서 「약육강식」의 시장논리에 휩싸여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자부품업체들은 e비즈니스 도입에 따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준비가 필요할 때다. 이를 위해선 우선 전자부품업체들간 연합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한 업체가 모든 부품을 생산하는데서 탈피, 경쟁력있는 부품을 생산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문성」과 「규모의 경제」가 그 어느때보다도 필요하다. 인터넷을 이용한 e비즈니스물결이 기업환경을 바꾸고 있다. 인터넷은 지금보다 더 힘든 변신을 전자부품업체에 요구할 것이다. 변신을 강요당하기 전에 전자부품업체들이 먼저 슬기롭게 이를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