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인터넷 거품논쟁 이제 그만...정복남 부국장대우 국제부장

얼마전 마녀사냥이 있었다. 무기사업의 로비스트 린다 김을 이야기하는 말이 아니다. 블랙먼데이의 이야기다. 모든 언론매체는 물론이고 일반 투자자들까지도 인터넷 비즈니스에 돌을 던져 인터넷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대폭락했다.

이같은 현상은 한마디로 인터넷 비즈니스가 거품이라는 데서 출발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에 대한 칭찬은 극에 달했다. 투자자들은 너나할것없이 인터넷 명패만 찾았고 기업들도 이에 편승해 인터넷 닷컴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투자자에게 심어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돌변했다. 공포의 블랙먼데이 이후 투자자들은 인터넷을 기피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다소 진정기미를 보이곤 있다지만 인터넷 비즈니스를 영위하기가 종전 같지 않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인터넷 거품론의 출발은 미국에서 비롯됐다. 미국 동부의 유력 경제주간지 배런스지가 최근 자신들의 시각에서 닷컴회사들의 유동성 고갈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마치 인터넷회사의 사망일지 같은 것을 내놓자 그 뒤를 이어 뉴욕타임스 등 유력 일간지들과 인터넷 전문조사기관인 포레스터리서치가 그간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이 인터넷회사의 비관적인 모습을 계속 발표했다.

이같은 미국 유력지들의 보도태도는 당초 최근 미국의 지속된 호황을 염려해 연착륙을 꾀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그린스펀의 금리 추가인상 발언과 물가상승 우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독점법 위반 판결 등이 어우러져 그 불길이 인터넷 벤처비즈니스로 옮겨 붙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주식투자 패턴은 미국을 답습하고 있다. 그 결과 인터넷 거품론이 우리의 투자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우리만의 묻지마 투자자들, 조급한 투자자들, 일확천금을 노린 투자자들의 올바르지 못한 투자패턴까지 겹쳐지다 보니 한순간에 인터넷 비즈니스가 돌을 맞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인터넷 거품론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인터넷 거품론으로 인해 명패만 있거나 수익모델을 갖추지 못한 닷컴기업, 그리고 인터넷 열기에 편승해 벤처기업을 설립한 목적없는 닷컴기업들이 이제 설 자리를 잃고 사라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나름대로 자정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현재 과도기적인 단계에 진입해 있다. 세계적인 인터넷 컨설팅사인 포레스터리서치는 최근 인터넷에만 기반을 두고 있는 미국의 소형 닷컴사들중 80%가 내년까지 도산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단서가 있다. 온라인에만 사업을 의존하고 있는 소형 닷컴사들은 취약한 재정과 치열한 경쟁으로 도산할 수밖에 없지만 오프라인과 결합한 닷컴사들은 경쟁력이 배가될 것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인터넷비즈니스는 부가가치가 높다. 초기투자 비용 이후 초기매출은 적지만 시장을 선점해 경쟁력을 가지게 되면 갈수록 수익은 배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이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독자적인 비즈니스 수익모델을 갖춘 기업은 다양한 수익모델을 계속 개발해나갈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선도적인 기업들에서 엿볼 수 있다. 미국의 e베이나 AOL, 프라이스라인 등의 올 1·4분기 매출과 수익, 주당가치 등이 1년전보다 대폭 향상됐다. 안정궤도에 진입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우리의 대표적인 인터넷기업들은 이들에 비하면 후발주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분야에서는 매출과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도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대다수 닷컴 기업들은 커뮤니티를 형성해가는 단계에 놓여 있다. 커뮤니티를 완성해야 매출이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투자자들에게 바란다. 투자에 조급함을 갖지 말자. 인터넷비즈니스는 디지털경제의 근간이어서 국가의 미래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인터넷사업은 한해만 하고 그만두는 사업이 아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새너제이 머큐리뉴스가 최근 펴낸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 경영실적 분석」에 따르면 최근 첨단기술 주가가 폭락한 실리콘밸리에서 예전의 활력을 찾기 어렵지만 세계경제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인터넷기업들의 미래는 아직도 밝다고 지적했다.

현 단계에서 수익성을 논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투자하는 지혜가 요청된다. 인터넷비즈니스는 벤처 성격이 강하다. 벤처라는 기업은 다소 위험성도 있지만 옥석이 가려진 닷컴기업은 확실한 수익성을 담보해준다.

결론적으로 인터넷비즈니스는 거품이 아니다. 단지 한 단계 성숙하기 위해 조정기에 접어든 데 불과하다. 불필요한 거품논쟁보다는 인터넷비즈니스를 어떻게 하면 발전시킬 수 있을지 보다 많이 고민해야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