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인터넷 바로보기 7...김경묵 인터넷부장>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봐야하나요.」

「하반기엔 좀 나아지나요.」

요즘 독자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전화 내용이다.

명색이 인터넷 담당 데스크다 보니 최근 상황에 답답증을 느낀 이들의 표적이 되는 것 같다. 그들 가운데엔 당사자격인 업계관계자들이 상당수이고 개인투자자들 또한 적지 않아 보인다. 그들의 근심은 인터넷에 대한 인기급락으로 자칫 자금줄이 끊기지나 않을까, 아니면 주가가 더 폭락하지나 않을까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들에겐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그 때문인지 그들의 목소리엔 절절함이 배어 있다. 그때마다 기자의 답답증 또한 커진다. 결코 그들이 원하는 만족스러운 답변을 못해서가 아니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갖고 있는 본능이다. 하지만 두려움의 성격은 사람마다 다르게 마련이다. 솔직히 말하면 특정업체의 자금경색이나 주가하락엔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최근 흘러가는 구도가 모처럼 맞은 경제 질서 재편의 분위기를 다시 물거품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게 걱정거리다.

최근의 상황을 굳이 표현하자면 기존 오프라인의 대기업과 인터넷 전문 벤처기업간의 힘겨루기 형국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물론 최근의 상황을 해석하는 시각들은 다양하다. 흔한 거품론에서부터 수익모델을 기다려주지 않는 투자자들의 조급증으로 보는 시각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다. 분명한 건 그 현상의 이면에서는 지금도 e비즈니스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인터넷벤처기업과 기존 오프라인의 대기업들이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엔 분명 닷컴 신데렐라기업들의 완승 분위기였다. 몇년 안된 인터넷신생기업이 조단위의 시가총액을 앞세워 기존 공룡기업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렀다. 돈도 인재도 닷컴으로 몰렸다. 불과 1년도 안된 얘기다.

위기감을 느낀 재벌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초의 일이다. 닷컴업체에 선수를 빼앗긴 것은 그들의 준비가 늦어서가 아니다. 삼성을 비롯한 일부 그룹사들은 이미 4∼5년전부터 e비즈니스 시장참여를 물밑에서 준비해 왔다. 문제는 워낙 오프라인 사업 치중도가 높은데다 설마 이렇게까지 빨리 인터넷으로 패러다임시프트가 일어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다.

e비즈니스가 향후 미래를 담보할 유일한 대안이라는 결론이 난 것은 지난해 중순경. 이때부터 선수를 빼앗긴 오프라인 대기업들은 사운을 건 반격에 진력했다. 이제 e비즈니스시장 선점을 위해선 이것 저것 눈치볼 것 없는 건 벤처나 재벌이나 마찬가지가 돼버린 셈이다. 그런데 때맞춰 해외에서 먼저 「인터넷 수익성」을 화두로 찬바람이 불었고 졸지에 테헤란밸리는 감기에 걸려버렸다. 오프라인 기업엔 전세를 역전시킬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경쟁상대를 사버리는 일이다. 실제로 이제 재벌그룹사들이 똘똘한(?) 인터넷기업을 인수하는데 드는 비용은 닷컴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지난해말과 비교하면 최저 4분의 1수준이면 족하다.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인터넷 업체 사냥이 가능한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얘기다. 닷컴업체의 인기하락 분위기에 편승한 유력 외국업체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마치 IMF시절의 호기를 연상하고 있는 듯하다. 헐값에 괜찮은 인터넷업체를 먹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현재의 상황이 염려스러운 것은 바로 오프라인에서 통했던 「자본의 논리」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중심의 「시장논리」에 충실했던 인터넷벤처업체들을 이렇게 밀어붙일 경우 모처럼 우리경제에 불었던 새로운 기업문화의 정착은 요원해질 공산이 크다.

인터넷업체들의 새로운 기업문화로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초지일관 추구해온 고객중심의 사고다. 온라인을 통해 끊임없이 고객접점을 넓혀온 점은 바로 기존 오프라인기업들이 가장 겁냈던 부분이다. 또 주종의 개념이 짙었던 종업원에 대한 시각을 파트너의 개념으로 바꿔놓은 것이나 경쟁보다는 제휴와 협력을 통한 윈윈전략의 진정한 힘을 보여준 점들도 종전의 기업문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자본의 논리를 앞세워 이같은 기업문화를 눌러버리는 것은 국가경제차원에서 봐도 분명 손해다. 업체차원에서 보더라도 경제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상황에서 당장의 적만 없애는 것도 궁극적인 대안은 아니다. 오히려 패러다임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변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맞는 수순일 것이다. 고객 중심의 「시장논리」가 자본의 논리에 우선한다는 것은 이미 우리 모두 경험한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부는 인터넷열풍의 시작이 바로 여기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