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세계 각 신문들이 영국의 한 인터넷업체 때문에 호들갑을 떨었다. 특히 영국의 각 언론들은 인터넷의류 판매업체인 부닷컴(boo.com)이 자금조달에 실패해 파산에 이르렀다고 대서특필했다. 자국의 약점에 대해 다소 관대한 입장을 보여온 영국 언론의 속성에 비춰 볼 때 이번 보도태도는 다소 의외였다.
부닷컴은 지난해 초 루이비통 회장인 버나드 아노와 베네통 패밀리, 골드만 삭스 등 세계 유명인사와 증권사로부터 1억달러를 유치해 세계적인 온라인 패션업체를 표방하며 출범했다. 당시만해도 많은 사람들은 부닷컴이 세계적인 온라인 패션업체로 승승장구할 것으로 여겼다. 실패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닷컴기업들은 세계 유명인사와 증권회사로부터 거액을 유치해 사업에 나서는 부닷컴을 상당히 부러워했다.
그런 회사가 1년 6개월 정도밖에 안돼 문을 닫는다는 것은 영국은 물론 세계 인터넷 기업들에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도 이 내용을 중요하게 다뤘다.
물론 그동안 일부 닷컴기업들이 도산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언론으로부터 관심을 끌지못한 것은 사업아이템 선정이 잘못됐거나 최고 경영자의 기업운영에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닷컴처럼 1억달러가 넘는 돈을 유치하고도 1년 6개월 만에 더 이상의 자금조달이 어려워 문을 닫는 경우는 없었다.
특히 부닷컴 파산과 관련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지적이 예사롭지 않다. 이 신문은 닷컴업체들이 마케팅이나 기술개발을 위해 지출하는 만큼의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 업체들은 멀지않아 파산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언론들이 이 기사를 「닷컴기업의 위기」란 내용의 주제를 달고 중요하게 다루었다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부닷컴의 파산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우리 인터넷사업에 대한 경보는 그동안 국책연구기관이나 기업연구소에서도 심심찮게 흘러 나왔다. 그러나 부닷컴 사례에서 보듯이 닷컴기업의 파산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파이낸셜타임스의 경고는 우리가 한번 되짚어봐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닷컴기업들은 매출 확대보다는 다른 곳에 더 신경써 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업체는 아니지만 많은 업체들이 기술적 요소를 총동원해 사이트를 화려하게 꾸미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또 사이트를 알려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마케팅활동에 막대한 비용을 들였다. 자신만의 독특한 사업 아이디어보다는 경쟁업체의 사이트 베끼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온 업체들도 적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요즘 우리 인터넷투자 환경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닷컴기업의 투자에 실증을 내고 있는데다 새로 창업하는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돼 주식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또 최근에 우리 경제는 국제수지 악화와 주식시장 침체, 노사대립 등으로 불안요인이 겹쳐 있다. 그러다보니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국 언론들까지 경쟁적으로 우리나라의 제2 IMF도래 가능성을 부풀려 보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닷컴 파산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닷컴업체들에도 닥칠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이에 너무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
부닷컴의 파산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차제에 우리 닷컴업체들이 나름대로 자신의 사업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모자라는 부문을 보완하면서 경쟁력을 갖춰 나가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 닷컴기업들이 성공의 길을 걸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