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사이버 교육 열풍

대학가에 불고 있는 인터넷 바람이 거세다.

「교수 사장, 학생 사장」을 대거 양산했던 벤처 창업붐에 이어 최근에는 「사이버 강의」 열풍이 대학가를 후끈 달구고 있다. 「바꿔 바꿔 세상을 다바꿔」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던 모 가수의 노래말을 실천이라도 하듯 우리의 경제·정치·문화를 바꿔 나가던 인터넷 바람이 상아탑에도 휘몰아친 것이다.

사이버 강좌를 개설하지 않은 대학이 드물 정도라고 하니 사이버 열풍이 보통은 아닌 것 같다.

이처럼 사이버 강의가 「인기 몰이」를 하며 캠퍼스의 신 풍속도로 빠르게 정착되는 것은 기존 오프라인 강의와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이버 강의는 강의시간에 맞춰 꼬박꼬박 학교에 가야 했던 오프라인 강의와는 달리 집에서 강의를 듣고 학점을 받을 수 있다. 또 교수·학생간 상호(interactive)작용 및 타대학과의 학술교류도 활성화된다. 그뿐 아니라 사이버 교육은 공급자중심이던 교육의 틀을 수요자중심으로 바꿀 정도라고 한다.

엄청난 잠재력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향후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라고 전망할 정도다. 인프라 부족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사이버 강의에 앞다퉈 나서는 이유도 여기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교육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는 사이버 교육은 학위과정과 비학위과정이 있다. 이 중 국내 대학이 주로 채택하는 것은 학점을 인정하는 학위과정이다. 물론 국내 대학이 사이버 학위과정을 100% 온라인으로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학내 무선 근거리통신망(LAN)을 구축, 캠퍼스 안 어느 곳에서나 노트북을 통해 가상 강의실과 연결할 수 있는 대학이 없는 것은 아니나 대다수 대학이 통신인프라 부족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혼합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사이버 강의라는 말을 쓰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98년 1학기부터 99년까지 2년 동안 전국 65개 대학에서 시범 실시한 학위과정 사이버 강의에 무려 14만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이처럼 사이버 교육열풍이 뜨거워지자 정부도 지난 3월 사이버 대학을 정식 교육기관으로 인정하는 평생교육법 시행령을 제정·공포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그동안 시간이 없거나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학업을 중도에 그만둬야 했던 사람들이 전문대학은 물론 대학까지 졸업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정부가 평생교육법 제정에 나설 정도로 사이버 교육 열풍이 뜨겁지만 기존 오프라인 교육의 대안으로 자리잡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사이버 교육에 걸맞은 통신인프라 구축이다.

교수의 강의노트를 파일로 작성해 인터넷에 올리고 학생들의 과제물을 온라인으로 받는 정도를 가지고 사이버 강의라는 말을 쓰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이다. 시스템 결함으로 강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접속이 되더라도 강의내용이 부실하다는 항의와 불평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칫하면 사이버대학에 정식 학위를 주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이 공염불이 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로 걸음마단계인 것이 사이버 교육의 현주소다.

사이버 교육에 나서기 위한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교수의 강의모습을 촬영할 수 있는 스튜디오 시설을 갖춘 대학이 거의 없을 정도다. 사이버 강좌를 수강하는 학생의 상당수가 모뎀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에 따라 용량이 큰 동영상 화면파일의 실행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처럼 음성과 동영상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으면 교수가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강의실의 생생한 현장성을 전달할 수 없다. 강의 교수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다는 점도 강의부실을 부채질하는 요인 중의 하나다.

이러한 요인들이 조기에 개선되지 않으면 강의내용은 점점 부실해지고 결국은 온라인 대학의 실패로 이어진다.

통신인프라와 콘텐츠개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사이버 교육의 「양날개」다.

대학은 물론이고 정부 당국이 사이버 교육의 양날개인 통신인프라 구축 및 콘텐츠 개발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