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IMT2000과 반독점법...정복남 부국장대우 국제부장

「마이크로소프트(MS)의 강제분할」

빌 게이츠가 이끄는 MS가 분할될 운명에 처해 있다. 미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MS를 반독점법 위반혐의로 제소해 승소했고 현재 MS의 독점행위를 막기 위해 2∼3개 회사로 분할하는 토머스 잭슨 판사의 최종판결만 남아 있는 상태다.

MS가 어떤 기업인가. 뛰어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앞세워 세계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시장을 발전시키고 지배해온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IT기업이다. 이같은 기업을 육성한다면 미국 경제의 호황을 더욱 장기화할 수 있음은 물론 미국의 세계시장 패권전략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으며 세계 IT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런 기업을 미국 정부는 강제로 쪼개려하고 있다. MS가 2∼3개 회사로 나눠진다면 그 경쟁력이 예전같지 않은데도 말이다. 시장경제 원칙이 세계에서 가장 충실하다는 미국에서 민간기업을 분할하는 것은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은 숲을 더욱 살찌우기 위해 나무를 잘라내려 한다. 즉 MS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려 한 행위는 신제품 개발 등을 억제해 경제의 발전을 가로막게 한다고 판단, 이를 강력히 제재하려는 것이다.

지금 온 세계가 IMT2000 사업자 선정문제로 떠들썩하다. 지난 4월말 끝난 영국의 IMT2000사업자 선정은 세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영국 정부는 경매방식으로 진행한 결과 당초 예상보다 7배나 넘는 40조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이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심사제도를 도입할 예정이었던 프랑스가 경매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타 북유럽 국가들도 여기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것이다.

북유럽 국가들중 상당수와 일본은 IMT2000 사업자 선정을 경매제보다 사업계획서 평가를 통한 심사평가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여기에 포함됐었다. 그러나 최근 정보통신부장관이 느닷없이 주파수 경매제도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발표하는 바람에 죽었던 불씨가 다시 지펴지고 있다. 우리는 지난해 주파수 경매제를 도입하기 위해 전파법을 개정하려 했으나 국회에서 보류돼 물건너간 것으로 여겼다.

정부가 IMT2000 사업자 선정방식을 경매제로 하겠다는 배경은 간단하다. 과거 PCS사업자 선정시 심사평가방식을 적용하여 엄정한 심사를 거쳐 사업자를 선정했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특혜시비에 휘말려 공정성에 의심을 받는 등 그 뒷감당을 하지 못했던 뼈 아픈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권 구조조정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조달 방법으로 주파수 경매제를 도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 요컨대 특혜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막대한 자금도 조달하는 꿩 먹고 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경매제인 것이다.

경매제는 돈 있는 자에게 유리한 게임이다. 따라서 IMT2000에 경매제를 도입하는 것은 대기업들 즉 재벌들에게 가져가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선진국처럼 자유로운 시장경제가 정착돼 있다면 경매제도 도입은 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재벌들이 판치는 한국적 현실에서 경매제도가 완전한 시장경쟁을 보장할 수 있을까. 게다가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재벌들의 독점력을 막을 수 있을까. 특히 외국의 매머드자본에 자유로울 수 있을까.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경매제는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오히려 저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는 재벌들의 독점폐해를 겪었으며 현재도 경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제통화기금(IMF)이다. 재벌들의 부실화가 경제위기를 가져다 주었고 결과적으로 IMF 사태를 초래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 정부는 그 이전에도 재벌의 독점을 방지 내지는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 조치를 취했었다. 그러나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 아래 재벌의 독점적 지위와 행태는 방치되거나 조장돼 왔다. 공정경쟁을 외치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그 행위에 대한 단죄는 엄격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현 정권은 과거 역대 정권보다 재벌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재벌개혁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얼마전 현대그룹의 족벌경영을 해체한 것은 대표적인 업적이다. 그러나 IMT2000사업에서만은 일관성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재벌들에게 IMT2000사업이 돌아간다면 과거에 보여주었던 것과 같이 독점적인 지위를 계속 확보하려할 것이고 경쟁자와 소비자들에게 그 힘을 행사하면서 경제력을 축적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높은데도 말이다. 게다가 IMT2000사업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정권은 바뀔 것이고 새로운 정권이 재벌 개혁의 일관성을 가질지도 아직 불명확하다.

경쟁력은 우수한 제품을 값싸게 공급하고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능력이다. 그러나 경매제를 통한 IMT2000 사업은 막대한 자금소요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가격부담을 전가시키면서도 기술개발을 등한시해 품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못하게 된다.

미국 정부는 세계적인 IT업체인 MS를 해체시키면서까지 자유로운 시장경쟁 환경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코풀기 쉬운 방법만을 선택하기보다는 무엇이 국민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자유로운 시장경제 체제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연구해 이를 시행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