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의 자세

그동안 우리는 남북경제협력에 별로 기대를 걸지 않았다. 온갖 노력은 기울이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경험에 비춰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얘기만 오고 가고 실제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보지도 못하고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성사단계에 있던 사업도 이런저런 이유로 북한에 의해 일방적으로 파기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성사된 대북사업도 단순교역이나 위탁가공사업이 주류를 이루었다.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합작투자사업은 거의 없었다.

일부 기업들은 대북사업을 기업이미지 제고나 생색내기 정도로 추진하면서 국민의 기대감을 필요 이상 부풀리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이것이 그동안 우리 남북경협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경협이 종래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밤늦게 남북정상이 경제협력을 통한 민족경제의 균형적인 발전 등 5개항의 합의사항을 담은 남북공동선언서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참으로 놀랍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50년 이상 갈등과 반목, 그리고 불신으로 점철되어 온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이번 남북공동선언서 서명으로 금방 모든 게 해결되겠는가 하는 부정적인 견해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꾸준히 대북사업을 추진해 온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은 이번 일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대북사업의 둑이 터졌다』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다. 관련업체들은 벌써 대책 마련으로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하여튼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양측의 정보통신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게 분명하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성과가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선 우리 기업들이 유의해야 할 일들이 많다. 우선 북한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북한의 실정과 형편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우리의 관습이나 사업추진 방식으로 대북사업을 끌어가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북한 사람들의 생각과 경제수준, 경제체제는 물론 그들이 원하는 사업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대북사업의 성공비결이다.

북한을 이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사업내용이다. 경쟁업체와의 경쟁을 의식해 불확실한 사업을 추진하거나 생색내기식 선전용 대북사업 추진은 실패 할 수밖에 없다. 대북사업은 순수한 의도에서 추진되어야 하며 상호 이익에 바탕을 둔 사업이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또 사업추진 방법도 우리가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중요한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신중한 검토를 소홀히 할 경우 잘못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에 편승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된다.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사후관리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 모든 사업을 한꺼번에 수행하기 보다는 단계별로, 지속적으로 확장해 가는 것이 좋다.

북한을 우리와 동등한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의 가시적인 성과에 급급해 북한의 무리한 요구까지 수용해서는 안된다. 줄 것은 주더라도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원칙과 기준을 지켜야 한다.

기업의 이러한 활동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대북진출을 예의 주시하면서 남북경협의 활성화와 관련해 혹시 나타날지 모르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다양한 대비책을 준비해 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