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골드칼라시대...금기현 컴퓨터산업부장

21세기는 디지털시대다. 디지털시대는 지식이 주도하는 시대라 할 수 있다. 자본, 노동, 토지의 경제적 가치는 줄어드는 반면 지식의 가치가 더욱 인정받게 된다. 우리 사회도 최근 들어 세기적 변화의 물결을 타고 산업 사회에서 지식정보화 사회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그러면서 사회적 주축을 이루는 인재들도 달라지고 있다. 학력과 경력을 중심으로 사무능력과 행정능력을 발휘하는 화이트칼라가 개성과 창조력을 갖춘 「골드칼라(Gold Collar)」로 대체되고 있다.

골드칼라란 지난 85년 카네기멜론 대학의 로버트 켈리 교수가 저술한 「골드칼라로 가는 길」이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는 창의력과 이니셔티브, 지식 네트워크로 무장해 빛나는 업무성과를 올리는 인재들을 골드칼라로 표현하고 있다. 물론 기존의 화이트칼라와 분명하게 구분하여 정의하는 게 쉽지 않지만 한마디로 「두뇌를 활용해 높은 시장가치를 창출하는 업무」를 하는 새로운 개념의 지식 근로자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그 동안 산업사회를 주도해 오던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와 그 성격이 다르다.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가 단순 반복작업에 의존해 왔다면 골드칼라는 전문성에 기초한 고도의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력을 갖추고 있을뿐 아니라 각종 업무를 유연하게 처리하고 자발적이며 철저한 성과와 보상을 추구한다. 해외 또는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겨도 응용능력을 발휘해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으며 그 능력이 국제적으로도 통용된다.

우리나라 유명 컨설턴트인 윤은기 국제기업전략연구소장은 골드칼라를 금처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높은 가치를 창조하는 인재로 정의하기도 한다.

벤처기업 종사자를 비롯해 연구과학자, 설계기술자, 엔지니어, 회계사, 변호사 등이 이에 포함되며 시스템분석가, 마케팅전략가 등도 새로운 골드칼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벤처기업과 IT기업에서 영업이나 마케팅, 기술, 경영분야의 책임을 맡고 있는 CEO, CIO 등은 디지털시대의 다른 어느 직종보다 중요한 골드칼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춰 보면 디지털 혁명으로 지식경영이 기업의 생존 요건으로 인식되는 21세기에는 조직의 규모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많은 골드칼라를 보유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최근 들어 국내 중소 벤처업체들이 기존의 고용관행을 깨고 거액을 들여 수준 높은 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는 사람들을 영입하거나 이들이 다른 회사로 옮겨가지 않도록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되고 있다.

사실 골드칼라는 기본적으로는 물질적 보상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보수를 많이 주는 기업에 마음을 두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물질적 보수만이 다는 아니다. 골드칼라는 기업의 가치관을 상당히 중요하게 평가한다. 기업의 경영기조가 귄위주의에 빠져 있거나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보수를 줘도 과감하게 떠난다. 최고경영자의 일방적인 지시나 왜곡된 커뮤니케이션도 수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우리 IT업체들이 디지털시대에 제대로 된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선 골드칼라가 의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게 많다.

우선 최고경영자의 경영마인드를 시대적 흐름에 맞춰 새롭게 바꿔야 한다. 괜찮은 골드칼라를 확보하고 활용하는데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 이들을 전문직 사원 정도로 생각하지 말고 기업운영의 동반자로 여기는 새로운 인식도 필요하다.

기업의 경영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골드칼라는 직업을 생계수단보다는 자아실현의 장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기업경영시스템을 이에 맞춰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골드칼라의 조직충성심이 화이트칼라보다 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골드칼라가 매력을 느끼고 기업에 남아있을 수 있도록 긴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방안도 연구해야 한다. 또 유능한 여성 골드칼라도 육성하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