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인터넷, 해외로 눈을 돌릴 때...박주용 국제부장

정부가 벤처를 내세운 신경제를 새로운 방향으로 정한 이후 가장 주목받는 사람들이 인터넷 관련 사업에 나서는 이들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인터넷 열풍은 관련 사업을 마치 신경제를 주도하는 최고의 업종으로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도 밴처기업 사장, 특히 인터넷기업에 뛰어든 경영자들의 지명도는 기존 오프라인 경영자들을 압도하고 있으며 미혼의 20대 인터넷 기업가의 경우 의사나 변호사 등 전통적으로 인기있던 신랑감들을 밀어내고 최고의 신랑감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올 들어서 인터넷사업을 비롯한 벤처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면서 일부 업체들이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해 손을 떼는 모습들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하루에 수십개의 인터넷업체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미래 개척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비록 거품론이 팽배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부가 밴처에 국가의 장래를 걸고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이 주는 환상은 당분간 가라앉기 어려울 전망이다.

외신을 접하면서 국내 인터넷산업에 대한 해외 각국의 평가가 기대 이상이라는 점에 고무되곤 한다. 미국 ABC·NBC는 물론 영국의 BBC방송이 앞다퉈 우리의 인터넷 열기를 다룬 기획물을 방영했다. 이들은 한국의 인터넷산업이 아시아의 숨겨진 보석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프랑스 르몽드지도 인터넷 사용이 가장 활발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우리나라를 지목하고 있는데 이 신문은 급격히 늘어나는 인터넷 사이트, 50%에 육박하는 사이버 트레이딩 등을 거론하면서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같은 평가는 수치로도 뒷바침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인터넷 활용인구 비율 조사결과를 통해 우리나라의 인터넷 인구 비율이 22%로 15위라고 분석했다. 15위라고는 하지만 독일이나 프랑스보다 높고 아시아지역만을 놓고 볼 때는 일본보다도 앞선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전자상거래 및 경영컨설팅 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지역 전자상거래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2위로 평가했다. 이 그룹은 3위인 호주의 2배, 4위인 중국보다는 7배에 달하는 실적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인터넷산업에 대한 평가가 이처럼 해외에서 보다 긍정적인 것은 인터넷 확산 초기에 정부 차원의 육성정책이 발표되는 등 그동안 발빠른 대응을 해 온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위상이 인터넷 산업분야 국제 경쟁력과 그대로 연결돼 인터넷 강국, 곧 정보화대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금까지 외부의 평가라는 것이 사실상 국내 인터넷 활용상황을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프라 측면에서 앞서 있는 것을 글로벌화 시대에 걸맞게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또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인터넷 산업 육성은 이미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들까지 이 산업의 적극적인 육성에 나서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일본의 경우만 해도 최근 일본신생플랜의 일환으로 IT전략본부를 포함한 경제개혁 추진 3기관을 설치하는 범정부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IT전략본부는 통신과 방송의 융합체제에 다른 법률 등의 정비와 전자정부 구축과 함께 인터넷 보급 확대를 위한 교육, 저비용 통신 인프라 정비에 주력한다. 인터넷산업과 관련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기구 역할도 하는 것이다. 일본 외에도 중국은 물론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국가들까지 인터넷 시대를 대비한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인터넷산업과 관련된 각국의 시각은 이미 국경을 넘어서 세계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경우 인터넷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시장을 상대로 고군 분투하면서 국가경제를 이끌었던 전통적인 굴뚝산업처럼 이제 우리의 인터넷산업도 눈을 세계 시장으로 돌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경을 벗어나려는 업체들의 노력과 함께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정부의 보다 종합적이고 세부적인 지원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