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인터넷에서 소비자의 힘

고은미 기획조사부장 emko@etnews.co.kr

인터넷을 이용한 소비자운동이 안티(anti)사이트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특정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그 기업의 안티사이트를 만들어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안티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얼마전 법원은 기업으로부터 입은 피해를 인터넷을 통해 항의하고 비판하는 안티사이트는 위법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안티사이트와 함께 현재 인터넷에는 각종 시민단체와 개인들이 상품구매 정보와 의견을 주고 받는 사이트를 잇따라 개설하여 소비자의 힘을 키워가고 있다. 인터넷상의 소비자운동은 기존의 오프라인 소비자운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에 힘을 극대화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익명성이라는 보호장치에,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없어 수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고 받는 정보의 양도 엄청나고 순식간에 전파되기도 한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피해사례를 통해 여론도 순식간에 형성된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된 사업자에 대해서는 품질과 서비스 향상의 압력을 가할 수 있고 정부에 대해서는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등 압력의 주체로 나설 수 있어 정보시대에 적합한 소비자운동으로 받아들여진다. 소비자운동을 하는 동호회 사이트는 현재 100여개를 넘는다.

온라인상의 소비자운동은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건전한 질서확립과 소비자의 권익보호라는 감시체계 구축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소비자보호 창구를 단일화하기 위해 인터넷상에서 활동을 벌이는 44개 사이버소비자단체를 한데 묶는 「사이버소비자협의회」를 발족시키고 이를 공정위의 소비자종합홈페이지와 연결, 효율적인 전자상거래 감시체계를 구축했다. 협의회의 초대회장인 이필상 교수는 『소비자 보호사이트는 결코 불공정한 전자상거래 행위를 꼬집는 시민단체가 아니다. 양질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개발, 생산하고 사회전반에 이를 파급시켜 소비자와 일반기업 모두가 올곧은 경제 활동을 펼치는 데 일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에서도 소비자는 역시 왕이다. 다양한 불만이 전자상거래를 바르게 발전시키는 근간이 된다. 소비자들의 불만을 잘 승화시킨 기업들은 전자상거래에서 성공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질을 중시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한사람 한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찾는 강력한 소비자가 되었다. 상거래 차원에서 인터넷매체의 진정한 잠재력은 다른 어떤 주체보다도 개별 소비자에게서 빛을 발한다. 인터넷상에서는 판매자로부터 소비자로의 권력이동이 나타난다. 이제 소비자들도 거래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 소비자들은 다른 어떤 때보다도 상거래에서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은 거대한 소비자 집단에게 더 편리하고 경쟁력 있게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게 한다. 기업들이 이런 힘을 깨닫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주변 상황에 대한 재적응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온라인에서 어떻게 소비자들과 상호작용하여 결국 최대의 효율을 얻어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최종적으로 전자상거래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얼마나 발전하게 될지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소비자는 시장 관계의 정상에 올라섰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 경향은 결국 스스로 자신을 책임져야 한다는 믿음을 강화시켰다. 소비자들이 전통적인 중개관계를 거부한 채 직접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며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상의 사회적 경험들은 모두 미래에 정보수집 및 쇼핑을 위한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사용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인터넷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기업은 인터넷에서 함께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존재가, 전자상거래의 성공을 책임지는 주체가 바로 소비자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알고 만족시키며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의 열쇠다. 소비자의 건전한 비판은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부정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안티사이트처럼 자신을 비판하는 소비자조차도 적이 아니라 적극적 의미의 동료임을 기업은 숙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