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상생의 방법밖에 없다

모인 문화산업부장

가전업계와 영화계가 한때 서로 등을 진 적이 있었다. 한편에서는 VCR 때문에 극장에 손님이 안든다는 투정이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문화 저변을 넓혀주는데 괜한 생떼를 쓴다며 맞선 것이다. 이같은 불편한 관계는 영화 판권료가 안정될 때까지 한동안 계속됐다.

그즈음에 재미를 본 이들은 다름 아닌 16밀리 영화제작업자였다. 영화계가 비디오 판권을 넘겨주지 않자 눈을 돌린 가전업계와 비디오업계의 「지원」으로 잇단 영화 제작에 나섰고 이들이 만든 16밀리 영화는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그 덕에 돈방석에 올라서기도 했다.

수요가 있는데 공급이 막힐 순 없다. 우리영화를 비롯한 외화의 복제품이 크게 난무한 시기가 이즈음이라면 놀랄 사실은 아니다. 지금 영화계가 온라인 불법복제로 수난을 걱정할 만큼 그 당시 정품을 복제한 「정비품」은 다름 아닌 상품이었다.

대학을 중퇴한 19세의 한 미국 청년으로 말미암아 전세계 문화 산업계가 온통 난리다. 냅스터의 창업자 숀 패닝이 바로 그다. 친구들과 MP3음악을 나눠 듣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숀 패닝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범한 대학생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냅스터라는 음악 내려받기 프로그램으로 일약 인터넷업계의 스타가 됐다.

지난해 5월 그가 만든 냅스터에는 약 50여만곡이 담겨 있고 이를 이용하려는 네티즌들은 하루평균 15만명에 이르고 있다. 미국 대학생 73% 정도가 냅스터를 이용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런 그에게 미 연방법원은 최근 「당장 음악파일을 지우고 배포를 중단하라」는 중대한 판결을 내렸다. 불법물이라는 것이다. 냅스터측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판결유예 청원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했으나 그의 앞날은 그다지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외신을 종합해 보면 냅스터에 대한 언론의 시각은 차갑기만 하다. 「혁명적인 서비스」란 냅스터 주장에 대해 반기를 드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냅스터에 투자한 벤처투자사 허머윈블래드를 지목하여 저작권을 전면 부정하고 자신들의 영리만을 추구하려 하지 않았느냐는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저작권에 대한 권리 유무가 상당히 포괄적으로 저작권자에게 인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온라인 사업자의 통신망을 이용한 침해행위를 법으로 명시, 책임을 묻고 있으며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서는 이른바 「인터넷 조약」이라 불리는 저작권조약 및 실연·음반조약을 성립 시켜놓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98년 저작권 보호기간을 20년 연장, EU수준으로 맞춰 놓았다. 이를 종합해 보면 냅스터의 앞날은 매우 비관적이다.

저작권 권리단체들은 이를 계기로 대대적인 공세를 펼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에서 아예 다운로드란 단어를 싹 지워 버리려 벼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같은 일이 실현될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디지털시대의 첨단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카피 레프트 진영의 대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과연 인터넷음악이 음반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느냐의 여부도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화적 경험에 비추어 보면 매체의 발달은 오히려 관련산업의 기반을 튼튼히 해주는 자양분으로 작용했다는 게 문화산업계의 주장이다.

수요가 있는데 공급을 막을 순 없다. 이를 제도권에서 인위적으로 막을 경우 그 결과는 뻔하다.

인터넷이란 영토는 세월이 갈수록 더욱 넓어지고 비옥해 질 것이다. 다시 말해 인터넷은 없어져야 할 존재가 아니라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문화산업에는 윈도효과라는 게 있다. 영화필름이라는 최초의 상품이 다른 상품으로 활용되면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이다. 이를테면 영화를 만들면 비디오·케이블TV 판권 등이 생겨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인터넷은 하나의 문화산업의 윈도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가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등을 보일 게 아니라 문화산업의 동반자로서, 서로의 입장을 끌어 안고 인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제2의 냅스터가 또 다시 생겨날 것이며 이를 둘러싼 법정 투쟁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냅스터 사건이 비단 남의 나라 일만이 아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