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어느 독자의 편지

얼마전 한 독자로부터 한통의 편지가 왔다. 나이 50이 넘어 컴퓨터를 배우다 보니 느끼는 점이 많은데 이를 신문제작에 반영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편지에 쓴 그의 소개로 봐선 그는 생물분야에서 수십년 동안 일하면서 나름대로 논리적인 체계를 갖춘 전문가였다. 또 중국과 일본의 한의서를 두루 섭렵할 정도로 한의학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은 사람이었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요즘 컴퓨터 프로그램언어를 배우고 있다는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러가지 프로그램언어 교재를 갖고 나름대로 공부를 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 어렵고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아 저급하기 이를 데 없다고 지적했다. 외국 사람들도 우리처럼 이렇게 된 컴퓨터 프로그램언어 교재를 통해 공부를 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리눅스를 만든 사람이 핀란드의 토발즈이고, 그가 교육용 유닉스를 386 PC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구하다가 리눅스를 만들었다는 사실까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그가 우리나라에는 컴퓨터에 대한 전문가들이 많지만 리눅스와 같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은 없다고 한탄했다. 외국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언어를 국내에 들여와 그냥 판매하거나 한글을 입혀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소프트웨어의 기초기술인 프로그램언어를 자체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이 부족하더라도 컴퓨터 전문가들이 초보자들이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지 못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다.

그는 어떤 학문이든 그것의 최종목표는 현실생활에서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응용부문이라고 했다.

A4용지 4장에 빼곡이 써내려 간 그의 편지내용 중에서 나의 관심을 끈 대목이 있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한 방대한 정보도 일관된 개념에 의해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초보자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언어에 대한 체계를 생물분야에 비유했다. 범위가 넓고 내용이 다양한 생물분야도 산성과 알칼리성으로 나뉘고 세포질유전과 세포핵유전으로 구분하면 수많고 방대한 생물체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언어에도 바로 이러한 개념이 있을 것이고 전문가들이 이를 체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나에게 편지를 쓴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전문가들이 초보자가 손쉽게 프로그램언어를 배울 수 있는 체계와 교재를 만들어 줄 것을 신문을 통해 널리 알려 달라는 것이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에 소개된 프로그램언어는 수없이 많다. MS의 윈도를 비롯해 리눅스, 유닉스, 자바 등 그 종류만 수십종에 이른다. 이들 교재도 대부분 영문판을 단순히 한글화하는 수준이고 그 내용도 전문가가 번역하지 않아 초심자가 보기에 어렵게 구성되어 있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프로그램언어 교재와 교육방법의 현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요구는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는 것 같다.

그는 구체적으로 「소켓프로그래밍」이 무엇인지, 자바와 자바스크립트가 어떻게 다른지, 유닉스 프로그래밍에서 데이터베이스 서버용으로 프로그래밍할 때와 네트워크서버용으로 프로그래밍할 때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등을 물어왔다. 이 독자의 편지는 국내 프로그램언어 교재 제작자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그리고 컴퓨터학원을 포함해 교육기관에서도 한번쯤은 되새겨 봐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