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올림픽마케팅

양승욱 생활전자부장 swyang@etnews.co.kr

「조던효과」라는 경제용어가 있다. 지난 84년부터 98년까지 미 농구선수로 활약하며 전세계 청소년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던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으로 인해 창출된 경제효과가 100억달러를 넘어섰다는 것으로 스포츠마케팅의 위력을 설명할 때 즐겨 사용된다. 한 명의 스포츠스타로 인해 발생된 경제창출효과가 이 정도면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수천명의 종업원들 노력으로 일구어낸 연간 매출과 비교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다.

미국의 스포츠용품업체인 나이키는 조던을 활용해 전체 농구 관련 용품시장의 절반에 이르는 5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에어조던이라고 이름을 붙인 나이키의 농구화는 전세계에서 26억달러 어치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 식음료업체인 게토레이도 조던을 광고에 투입함으로써 유통망을 10개국에서 20개국으로 넓히면서 낯선 음료인 게토레이를 세계적인 상품으로 자리잡게 하는 데 성공했다.

조던에 이어 최근에는 세계 골프계의 황제로 등극한 타이거 우즈에 의해 발생되는 천문학적인 경제창출효과에 대해 타이거 우즈 효과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24살의 나이에 세계 골프사를 다시 쓰고 있는 타이거 우즈는 이미 조던효과를 상회하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타이거 우즈가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고 어떤 클럽과 공을 사용하는가에 의해 세계적인 골프용품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나이키는 지명도나 선수 수명 등 상품가치에서도 우즈가 조던을 크게 앞설 것으로 예상해 이에 걸맞게 우즈에게 1억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계약금을 제공하기도 했다.

스포츠를 활용한 마케팅은 이제 외국 선진기업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삼성·LG·현대 등 글로벌기업들은 자사의 브랜드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스포츠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가장 먼저 스포츠마케팅팀을 발족, 지난 97년부터 올림픽파트너로 공식참여하면서 스포츠마케팅을 국내에 정착시켰다. 특히 박세리를 이용한 삼성의 마케팅전략은 국내 기업 중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98년 박세리가 US오픈 등 메이저대회에서 잇따라 우승함으로써 삼성은 미국 현지에서의 브랜드 인지도가 71%에서 77%로 6% 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자체분석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를 1% 올리기 위해서는 총 2500만달러의 광고 및 홍보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삼성은 박세리를 통해 1억5000만달러의 마케팅효과를 거둔 셈이다.

LG도 판촉활동의 하나로 북아프리카, 중동,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국제축구대회를 후원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현대도 국제축구연맹의 공식후원업체로 참여해 2002년 월드컵을 포함한 13개 국제대회에서 자사 브랜드를 알려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세계적인 스타를 앞세운 스포츠마케팅은 이제 기업은 물론이고 한 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정도로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다.

스포츠마케팅이 이처럼 기업과 상품의 운명을 바꿀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마케팅의 툴로 활용되는 스포츠가 민족과 종교, 이념, 국경 등을 초월해 전세계인들을 열광케 하고 감동을 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현장의 생생한 감동의 순간들을 전세계에 동시에 전해질 수 있게 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서 비롯된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전세계인들은 TV를 통해 전달되는 스포츠를 시청하면서 큰 반감없이 기업들이 제공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지금 전세계는 15일 개막된 시드니올림픽으로 흥분하고 있다. 각 나라의 명예를 걸고 사력을 다하는 선수들 못지 않게 인류 최대의 제전인 올림픽을 마케팅으로 활용키 위한 세계적인 기업들의 보이지 않은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세계 200개국에서 참가한 1만5000명의 선수단, 1만5000명의 보도진 그리고 이를 시청하는 전세계 35억명의 시청자가 함께 만드는 감동의 드라마 현장 이면에는 이로써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기업들만의 올림픽이 숨가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마케팅의 꽃인 올림픽마케팅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코닥·나이키·파나소닉·맥도널드·IBM·코카콜라·비자 등 세계 톱 브랜드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올림픽마케팅의 효과를 충분히 연상할 수 있다.

스포츠가 기업들에 가장 손쉽게 전세계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스포츠는 기업들에 가장 강력한 마케팅수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