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하나로통신의 이유있는 항변

정복남 부국장대우 정보통신부장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비동기 티켓을 따낼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에 동기 사업자가 누가 되건 경쟁구도가 어떻게 변했건 그것은 모두 언론의 전망일뿐 입니다.』(비동기 사업권 신청업체의 모 임원)

『쉽게 되겠습니까. 괜히 시장 판도만 어지럽히면서 「한풀이」로 끝나는 것 아닙니까. 우리로서도 별로 반갑지 않은 일입니다.』(모 장비업체 대표)

『사업 수행능력이나 자금 동원력이 의심스럽습니다. 오히려 사업권을 획득한다면 막대한 투자비를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모 증권 투자분석가)

하나로통신이 동기식 IMT2000 사업권을 신청한 이후 아직까지는 부정적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사업계획서 제출 자체가 워낙 전격적인데다 언론 표현대로 극비 특공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완벽한 보안 아래 이루어진 것이어서 일단은 「깜짝쇼」 수준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하나로통신이 사업권을 신청하면서 들고 나온 논리나 그 배경을 살펴보면 이 회사의 IMT2000 진출을 한마디로 무시해 버리거나 평가절하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

하나로통신은 우선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초지일관 비판해 왔고 IMT2000 사업권 역시 이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다. 하나로통신은 잘알려져 있듯이 LG, 삼성, SK, 현대 등 4대 재벌이 주요주주이긴 하지만 아무도 경영권을 갖지 못할 정도로 지분 분산이 잘 이루어진 기업이다.

하나로통신이 현 정권 최대 이권사업으로 불리는 IMT2000에 진입을 추진하면서 중소기업, 벤처기업, 심지어 일반 국민들을 주주로 끌어 모은 것은 분명 명분있는 사업 전략이었다. 국가가 할당하는 사업성 주파수를 받아 사업을 영위하고 그 이익을 중소전문기업과 일반인들에게 돌려 준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하나로통신은 실제로 200개가 훨씬 넘는 정보통신중소기업을 협회(PICCA) 차원에서 컨소시엄 주주로 영입했고 온세통신을 비롯한 후발 기간통신사업자, 빈사상태에서 헤매고 있는 지역 무선호출사업자를 아우르는 연합군을 결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하나로가 컨소시엄 해체작업을 밟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신규사업자의 시장 진입으로 기득권을 상실할지 모른다는 기존 통신사업자들과 정부의 정책 미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는 게 정설이다.

PCS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을 사업자 선정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둔 정부는 심사를 통해 한 곳을 탈락시키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하나로컨소시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즉 하나로통신만 없다면 예비사업자 3곳(한통, SK, LG)이 나란히 동반당선되므로 잡음을 없앨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경쟁사업자들 역시 똑같은 계산을 했고 급기야는 하나로의 국민주 모집 시비를 계기로 정부와 경쟁사업자들이 목을 죄었고 그 결과 하나로컨소시엄에 참여했던 기업들은 뿔뿔이 제 갈길을 찾아 나섰다.

죽은 줄 알았던 하나로가 다시 살아난 것은 의외로 기술표준 논란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정부의 동기식 유도에도 사업자들은 비동기를 고수했고 사업권 신청 마지막날까지 한 장이 배정된 동기 사업권은 무주공산으로 남아 있었다. 하나로는 그 틈을 비집고 「국익」을 위해 동기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나로통신은 중소기업들이 컨소시엄에서 빠져 나갔지만 3만5000명이 넘는 국민주주들은 아직 건재하다며 이를 기반으로 사업권에 도전하겠다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때맞춰 정부가 하나로통신의 자격 시비, 즉 컨소시엄 구성 여부에 대해 「유효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을 계기로 「재벌 배제」 「중소기업과 일반 국민 우대」 「동기식으로 국익 기여」라는 하나로통신의 명분은 차츰 힘을 얻어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경쟁사업자들조차 겉으로는 무시하지만 속으로는 바짝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정부와 경쟁사업자 모두 자신이 없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입으로는 「공정한 심사」와 「사업권 획득 확신」을 외치지만 뒤로는 불안했기 때문에 일종의 「진입장벽」을 쳐 하나로의 앞길을 막은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반박 논리 또한 마땅치 않을 것이다.

더구나 하나로통신이 마지막까지 요구한 전제조건, 예컨대 자사 컨소시엄의 모든 기업과 국민주주들을 여타사업자들이 흡수해 달라는 요청을 거부한 사업자들은 조그마한 자사 이기주의 탓에 사업권 당락이 불확실해지는 엄청난 「환경 변화」를 초래했다.

사업자들은 하나로통신의 국민주주 승계는 묵살하면서도 자사 컨소시엄은 향후 국민주를 모집하겠다고 경쟁적으로 발표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기도 했다.

하나로통신의 사업권 향방은 앞으로 구성되는 심사위원단이 결정하게 되겠지만 정부와 사업자들은 일이 이렇게까지 꼬이게 된 이유와 원인을 곰곰이 되씹어봐야 할 시점이다. 특히 예비사업자들은 사업권에 관계없이 통신사업을 계속하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