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반도체시장에 대한 세가지 오해

원철린 산업전자부장 crwon@etnews.co.kr

요즈음 반도체 경기를 두고 말들이 많다. 신문들은 반도체가격 하락세를 중계하다시피 연일 기사를 내보고 있다. 미 국제현물시장에서 반도체가격이 떨어지면서 마치 96년의 반도체위기가 되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위기의식마저 나돌고 있다.

반도체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1달러 떨어지면 1억2000만달러 이상의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친다. 비중이 크다보니 반도체시장 동향에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하게 마련이다.

더구나 반도체 가격하락은 우리 경제의 주변상황과 맞물려 반도체 산업이 위기인 것처럼 호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경제의 주축인 반도체산업은 과연 위기인가. 그렇지 않다. 반도체 시장이 몇 가지 측면에서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면서 위기설로 퍼진 감이 있다.

우선 위기설의 단초를 제공한 반도체 가격 하락문제만 해도 그렇다. 엄밀히 말하면 반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PC용 반도체의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 반도체의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업체들의 수익성도 그만큼 악화될 것이라는 증권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급격히 추락하고 있는 PC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어떤 측면에서는 부풀려져 있다.

실제로 반도체 업체의 공급가격을 보면 PC용 64M 가격은 9월 8.20∼8.30달러에서 10월 6.80∼6.90달러, 11월 5.80∼5.90달러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물시장가격이 떨어지는 속도에 맞춰 하락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반도체 전체 평균가격은 하락추세가 완만하다. 64M 가격을 기준으로 9월 10.80∼10.90달러에서 10월 9.20∼9.30달러, 11월 8.60∼8.70달러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중에서 PC가 차지하는 비중이 35%선에 그치고 있어 생각만큼 수익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또 다른 오해는 반도체 수요 자체가 줄어 들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 반도체 시장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대략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는 2000년 36억∼38억개에서 2001년 54억개∼57억개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요증가율이 둔화되지만 수요자체는 늘어나고 있다.

시장자체가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시적인 공급과잉은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조절에 따라 언제든지 해소될 수 있다.

현재 메모리시장은 반도체 4사의 비중이 75%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입김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체들이 재고조절에 들어감에 따라 내년 이후에 다시 공급부족으로 인한 가격상승이 야기될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끝으로 업체들의 증설문제다. 올해 세계 유수의 반도체업체들이 밝힌 신규투자비는 물경 400억∼5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메모리보다는 오히려 플래시메모리와 파운드리,비메모리 분야에 집중돼 있다. 메모리 분야는 12인치에 대한 투자 여부인데 최근 경제상황이 안좋아지면서 한국과 대만업체들은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설령 이들 업체가 투자에 들어간다 해도 단시일내에 공급과잉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규라인이 가동되기 위해선 16∼18개월이상 걸리기 때문에 내년에 투자하면 2003년에나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업체들의 증설이 공급에 영향을 미치려면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같은 오해들이 반도체 가격하락과 맞물려 반도체 시장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를 반도체업계, 일반 주식투자자들이 고스란히 입고 있다.

우리 반도체업체들은 세계반도체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면서도 시장에 퍼진 오해를 제대로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걸맞게 위상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업체들은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실적을 부풀리는 데 급급하다보니 신뢰를 상실한 것이다. 업체들이 내놓은 통계자료들은 시장에서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오해를 풀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업체들은 신뢰상실에 따른 손해를 보고 있

는 셈이다.

이제라도 우리 업체들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에 걸맞은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