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남 부국장대우 정보통신부장 bnjung@etnews.co.kr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IMT2000사업 예비주자들의 현재 마음상태가 이러할 것이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들어가는 것처럼 힘들고 고단한 IMT2000 대권을 향해 뒤도 안돌아보고 뛰었던 예비주자들이 지난 7일 천안 정보통신공무원연수원에서 실시된 사업계획서 설명회를 마치고 한결같이 「이제 할 일은 다했다」는 마음일 것이다.
예비주자들은 지금껏 경험하고 쌓아온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답안지를 작성했고 이를 심사위원 앞에서 자신있게 설명했다. 이제 채점관의 점수매김만을 남겨두고 있다. 사업권 당락은 앞으로 3일 후면 발표된다.
최근들어 경제분야에서 이러한 빅게임이 벌어진 일은 없었다. 한국재계를 대표하는 공룡들이 정면승부를 걸었음은 물론이고 정보통신업계에 종사하는 기업은 말할 것 없고 자동차, 물류 등 우리나라에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을 정도의 대기업, 전문기업, 중소기업들이 편을 갈라 예비주자들의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증권가에서도 분석가들은 물론이고 개미군단까지 컨소시엄의 가치를 따지고 어느 곳에 투자해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저마다 저울질하기에 여념이 없으며 IMT2000 시스템을 공급할 장비시스템 제조업체들조차도 미래를 자신이 결정하지 못하고 사업권 예비주자들의 당락에 희비가 엇갈릴 판이다. 온 나라가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떠들썩하다는 느낌이다.
이번 IMT2000 대권레이스를 가만히 살펴보면 어딘가 이상하다는 감을 느낀다. 예비주자들이 퇴로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과, 합격하면 본전이고 떨어지면 말그대로 기업의 흥망이 좌우되는 것이다. 이번 사업대권에 도전하고 있는 모기업들이 모두 통신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PCS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벌였던 모습과는 엄청난 변화다. PCS때는 따내면 좋고 안돼도 그만이었다. 신규사업에 대한 진입여부를 가늠하는 한판이었기 때문에 기업의 존폐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는 이번 IMT2000 사업권에서 떨어진 사업자에게는 그만큼 치명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떨어진 사업자는 그 결과에 승복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번 IMT2000 사업자 선정과정을 지켜볼 때 상당한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불합격 사업자에게 당부하고 싶다.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어왔지만 그 결과를 조용히 받아들이라고. 우리는 현재 경제위기 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구조조정이니 벤처위기론이니 하며 온 나라가 미래를 걱정하고 술렁이고 있다. 실업자의 양산이 불가피하고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도 많이 생겨날 것이다. 정치판도 여권 내에서 친권이니 반권이니 하며 정쟁을 벌이고 있고 여당과 야당간의 힘겨루기도 극에 달한 형국이다.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 그런 판에 IMT2000 사업권에서 불합격한 컨소시엄이 정부의 IMT2000 사업정책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정책변경의 배경, 심사절차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특정사업자에 대한 특혜설까지 나돈다면 온 나라가 다시한번 시끄러워질 것은 자명하다.
우리는 경제위기를 단합을 통해 이겨내고 다시 미래를 향해 뛰어야 한다. 탈락한 사업자가 이의제기를 통해 사업권을 다시 따낸다면 이로 인해 떨어지는 사업자가 발생하고 그 사업자는 또다시 이의제기하는 전철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 경제가 도약하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전개다. IMT2000 4개 예비주자들은 얼마전 공정경쟁을 결의한 바 있다. 주요내용은 일반 국민에게 불필요한 요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홍보나 행사 등 과열경쟁을 지양하는 등 정부의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의지를 허가신청업체 스스로 지원하겠다는 의지에 다름아니었다.
공정경쟁을 결의한 행동은 사업권 당락이 결정됐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예비사업자 모두 공정경쟁을 결의한 것은 국민을 위한 배려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예비사업자 모두는 이번 IMT2000 사업권 획득에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에 승복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