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중국에 대한 새로운 도전

◆양승욱 생활전자부장

 지난 9일 미국과 중국이 15년간 끌어오던 중국의 WTO가입문제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중국이 세계 경제의 전면에 등장하게 됐다.

 중국의 WTO가입은 수교 이후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설정하고 그동안 대대적인 중국시장 공략에 나섰던 국내 전자업체들에는 기존의 전략을 전면 수정할 정도의 커다란 변화를 몰고올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할 경우 우리 기업들의 대 중국시장 공략도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편다. 그동안 우리 기업뿐 아니라 세계 모든 기업들 중에서 중국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에서 사업을 할 경우 중국 자본과의 합작이 전제돼야 정상적인 사업이 가능하다. 또 합작기간을 의무적으로 장기화해야 하고 중국산 부품을 일정부문 채용해야 했으며 생산한 제품의 일정량은 반드시 수출해야 한다는 등의 규제를 받아왔다. 이같은 폐쇄적인 기업환경은 중국에 투자를 해도 결국은 중국과 중국 기업을 배불리는 결과만을 가져왔다고 한탄하는 수많은 기업인들을 양산시킨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중국이 WTO에 가입함으로써 이같은 폐쇄적인 환경은 크게 개선될 것이 분명하다. 관세율이 크게 인하되거나 폐지되며 투자 관련 비합리적인 조항들의 폐지 및 완화가 이뤄지고 수출보조금 형태의 정부 지원 또한 크게 축소되거나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장환경의 개선은 앞으로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임을 의미한다. 정부나 일부 경제연구소 등에서 중국의 WTO가입은 연간 5억달러 정도의 수출증대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렇지만 중국의 WTO가입을 보는 국내 전자업계의 마음은 그다지 편치 않다. 13억원이라는 잠재시장이 열렸다는 기쁨보다는 당장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중국산 제품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데서 오는 위기감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중국의 WTO가입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해 선진국들은 다른 개발도상국과 마찬가지로 일반특혜관세(GSP)를 부과할 것은 분명하다. 이로 인해 이미 전 세계시장에서 품목별로 중국과 맞닥뜨리는 상황에서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대거 선진시장에 유입돼 한국산 전자제품의 입지를 크게 위축시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 중국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일본 및 구미 선진기업들과의 경쟁으로 우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 개방에 따른 반사이익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여기에 WTO가 철저히 강대국들의 논리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또한 미국 등과 같이 반덤핑법 등으로 한국산 전자제품의 중국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따라서 중국의 WTO가입을 대비한 우리 기업들의 대응전략이 조속히 마련되지 않는다면 반사이익은커녕 오히려 전자소국으로 전락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당장 선진기업 및 이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중국 현지기업들과의 각축전이 될 중국시장을 선점키 위해서는 이미 중국 곳곳에 세운 현지생산법인 및 판매법인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현지법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 및 판매, 애프터서비스 등을 일원화함으로써 급변하는 중국 시장의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미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은 디지털가전제품에서 물류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 조기에 런칭함으로써 시장을 선점해 가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에서 생산이 가능한 완제품 및 부품에 대한 반덤핑규제에 대비해 이를 피하면서도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사전대응책도 조속히 수립돼야 할 것이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 시장을 공략하면서 수없이 겪었던 반덤핑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지 않고서는 제2의 내수시장으로 공언했던 중국시장마저 닭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의 WTO가입은 우리 전자업계에는 기회보다는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디지털시대에 우리의 전자산업이 세계 1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이제 막 문을 열기 시작한 중국에 대한 우리 전자업계의 도전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기대해 본다.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