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생체 인터페이스

◆서현진 인터넷부장 jsuh@etnews.co.kr

 문자 인터페이스(CUI)와 그림 인터페이스(GUI)에 이어 이른바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인터페이스(TUI:Tangible User Interfce)가 보편화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한다. 기존의 CUI와 GUI가 기계(컴퓨터)마인드에 접근돼 있다면 이 TUI는 인간의 신체구조에 보다 접근돼 있는 생체 인터페이스라 할 수 있다.

 TUI의 등장은 컴퓨팅 환경이 현재의 데스크톱에서 인간의 몸이나 인간이 거주하는 공간 속으로 옮겨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때 컴퓨팅 인터페이스로 사용되는 것은 광범위한 의미에서 체온·촉각·감정변화·심장박동수·홍채·지문·혈액 등 생체 정보들이 포함된다.

 인간의 몸이 컴퓨팅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이미 입는(wearable)컴퓨터의 등장으로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선보인 모자형(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과 시계형, 그리고 점퍼형 컴퓨터가 그 예다. 미국의 MIT미디어연구소가 지난주에 발표한 점퍼형의 경우는 무선 PDA 기능과 안경형 특수 디스플레이가 부착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기존의 컴퓨팅개념에서 포장과 설계만 달리하는 수준을 크게 탈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TUI형 컴퓨터라고는 할 수 없다. 전원공급도 전통적인 방식이 채택되고 있다. 가령 앞으로 2∼3년내에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 신는(wear) 컴퓨터는 구두 밑창에 컴퓨팅장치가 설치되는데 이것은 사람이 걸을 때에 발산되는 에너지를 컴퓨터 전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에서다. 같은 이치로 사람의 심장박동 에너지가 전원으로 공급될 수 있는 컴퓨터 개념도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방이나 사무실의 가구와 집기가 컴퓨팅 대상이 되는 컴퓨터 개념은 지난해 미국에서 선을 보였다. 가령 물리적으로 떨어진 공간을 두고 두 개의 침대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모양은 일반 침대와 똑같지만 그냥 침대가 아니다. 침대에는 인간의 호흡, 체온, 몸 동작, 대화 내용(정보)을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가 부착돼 있다. 그 처리결과는 네트워크(일반 인터넷망도 가능하다)를 통해 상대방의 침대에 전달돼 상대방의 신체에 느낌이나 감촉의 형태로 표현된다. 이렇게 되면 떨어져 사는 엄마는 집에 두고온 아기를 원격현전(telepresence)방식으로 마치 가슴에 안고 속삭이는 것처럼 애정을 전달하거나 느낄 수 있게 된다. 원격지에 있는 사람끼리 체온과 숨소리 느낌까지 주고받게 되는 이른바 ‘현실감의 상호작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침대형 컴퓨터는 입는 컴퓨터 개념과 함께 컴퓨팅 환경과 대상이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는 의미의 편재컴퓨팅(ubiquitous)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TUI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적 요소 가운데 하나는 인간생체네트워크(PAN:Personal Area Network)다. PAN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인간의 몸에 흐르는 미세한 전자기장을 이용하면 손으로 물건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가 있고 악수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신상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악수를 통한 전자명함교환장치는 얼마전 미국에서 개발된 바 있다. 또 1㎒ 미만의 주파수 대역을 사용함으로써 에너지소모를 최소화하고 다른 PAN과의 혼선을 막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도 현재 진행중이다.

 TUI의 등장은 사용자의 컴퓨터에 대한 기본 사상을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정보를) 보고 듣고 읽는다는 의미에서 만지고 느끼고 겪어보는 개념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컴퓨팅환경의 구현은 당연히 정보기술(IT)만 갖고는 어림없는 이야기가 된다. IT와 동일선상에서 바이오기술(BT)과 나노기술(NT)이 부상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TUI의 등장은 결국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에 이은 또 다른 인류혁명을 가져올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