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유럽의 2.5세대를 선택한 까닭은?

 ‘IMT2000 사업권을 획득한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왜 3세대로 직접 가지 않고 2.5세대를 선택할까.’

 세계적인 흐름은 이같은 의문과 함께 점차 3세대 사업연기론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일본 NTT도코모가 시범적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상용화는 아직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우리보다 앞서 IMT2000 사업자를 선정한 유럽의 예비사업자들은 현재 이를 상용화하기보다는 2세대와 3세대의 중간단계인 2.5세대 즉 GPRS(General Packet Radio Service)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IMT2000 사업권을 놓고 한판승부가 벌어졌던 우리도 이미 비동기 방식으로 사업권을 획득한 2개 사업자가 2세대 네트워크에 추가투자를 실시해 망업그레이드 작업을 추진하고 있어 3세대 서비스 연기론이 조심스럽게 등장하고 있다.

 IMT2000사업은 정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거위에게 먹이와 물을 적당히 주면 황금알을 쑥쑥 낳는 것일까. 유럽 사업자들이 2.5세대 GPRS사업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한다. 이용자 기반이 취약하고 사업자들의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우리보다도 2세대 이동전화서비스를 먼저 실시했다. 그 결과 국가별로 차이가 있으나 보급률은 2000년말 기준으로 우리의 56%보다 높은 평균 60∼70%에 이르고 있다. 이용자 규모만을 살펴보면 유럽은 우리보다 우월적인 지위에 서 있다.

 반면 유럽의 서비스는 대부분 2세대 음성통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3세대 통신서비스 기반은 우리나 일본에 비해 훨씬 취약하다. SMS·벨소리다운로드·주식정보 등 무선인터넷 서비스에 대해 유럽인들은 생소하다. 유선인터넷서비스도 초고속인터넷 500만 돌파 등의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우리에 비해 형편없다. 영국의 제1통신사업자 BT가 자랑하는 무선인터넷서비스 ‘지니’도 우리나라에 비하면 그다지 자랑할 형편이 못된다. 가입자 이용 기반에서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3세대 이동전화서비스가 장점으로 꼽았던 전세계 단일통화권의 무산, 4세대 이동전화서비스의 빠른 등장도 동시에 고려되고 있다. 이같은 유럽의 이용자 기반에 대해 사업자들은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2.5세대라는 과도기를 두려는 것도 바로 이런 시장 불안감을 일정 부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다 현실적 문제인 투자 재원 조달로 옮겨가면 사정은 더욱 빡빡하다. 주파수 경매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은 사업자들로서는 다시 그만큼의 설비 투자비가 요구되는 3세대를 조기에 실현할 여력이 없다. 곳간이 비어 있는 판에 천문학적인 투자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세계적인 통신산업 불경기로 투자자를 찾기도 만만치 않다.

 세계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경우는 유럽보다는 3세대서비스를 실시하기가 수월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사업자들의 판단은 다르다. 수익모델과 투자효율성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세대에 대한 추가투자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2세대 가입자들이 아직 무선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기적인 2.5세대 투자는 수익원 발굴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초고속인터넷이라는 인프라가 존재하고 사용 인구도 500만명을 넘어섰다는 점이 유럽과 다르다. 이는 풍부한 디지털콘텐츠를 보유할 수 있는 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며 유럽과 달리 우리의 3세대 이동전화서비스의 성공가능성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3세대 서비스의 성공여부는 가입자 기반 확보 및 이에 유통되는 풍부한 디지털콘텐츠에 달려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실질적으로 유럽의 3세대 이동전화사업자보다는 우리가 훨씬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의 이동전화사업자들은 망을 보유하고 있다며 자기들 중심으로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주도하려 하고 있다. 엄밀하게 살펴보면 망보유 사업자들의 역할은 콘텐츠가 원활히 유통되도록 장터를 만들어 주고 그 대가를 받으면 된다. 그 장터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콘텐츠업체고 이들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 유통시키면 그 시장은 활성화된다.

 IMT2000서비스가 성공하려면 풍부한 디지털콘텐츠가 존재해야 하고 이를 통해 이용자 업그레이드가 이뤄져야 한다. 사업연기설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이 때 디지털콘텐츠 사업자들의 역할이 중차대하다.

  정복남 부국장대우 정보통신부장 bn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