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있었던 얘기 하나. 이름을 말하면 누구나 알만한 성공한 벤처기업의 사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요즘 세상돌아가는 얘기나 나누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만나서 오랫동안 나눈 얘기는 사업과 관련된 것이 별로 없었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주가 얘기로 보냈다. 최근 주식시장의 불황으로 주가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다. 자금사정이 좋지않은 것은 물론 이로 인해 프로젝트 따내기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주식을 은행에 담보로 넣고 자금을 융통하면서 주가높이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얘기 하나. 코스닥에 등록해 있는 SW전문벤처기업 사장은 오랜만에 만나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이야기 하나를 들려줬다. 요즘 기술력을 갖춘 몇몇기업이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고 자신에게 회사를 인수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중에서 괜찮은 회사 2∼3개를 인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공공기관의 많은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제품들이 기술적 우수성을 평가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비공개를 조건으로 하긴 했지만 그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자신의 회사 경영상태가 좋으니까 자신의 제품에 대해 좋은 기사를 써달라는 얘기였다.
이뿐 아니다. 요즘 신문사에 전달되는 많은 기업의 보도자료들이 해외 업체와 수백만 달러어치의 제품수출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고 공공기관 및 유명기업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비슷한 업체들끼리 맺은 업무의 협력도 ‘전략적 제휴’라는 거창한 단어를 써가면서 기사의 의미를 부여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주가를 높이려는 업체들의 눈물겨운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요즘 정보기술(IT)기업들의 주가가 말이 아니다. 거래소나 코스닥에 올라있는 대부분의 IT기업들의 주가는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부분 잘 나갈 때와 비교해 10분의 1수준에 그치고 있다. 발행가 이하의 주가를 형성하고 있는 업체도 적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 기업의 주가관리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언제쯤 주가가 오를 것 같으냐는 주가전망에서부터 주가가격을 높일 만한 호재가 없느냐는 것까지 그 내용도 다양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장으로써 주가를 높이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느냐는 항의를 하는 사람도 있고 이 주가를 높여 놓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폭언을 하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 거래소와 코스닥 IT기업들이 주가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호재거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이해가 간다. 특히 주가가 그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노력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다. 이론적으로 주가는 물가와 경기, 금리와 환율 등 여러가지 경제변수에 의해 좌우된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말 기업이 앞으로 얼마나 성장가능성이 높고 자금유동성이 좋은지, 경영이 투명한지, 수익성이 높은지 등에 의해 결정된다. 기업의 가치는 바로 이러한 요소에 의해 평가된다. 이것이 실질적인 기업의 가치다. 이를 높이기 위한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들어 IT기업들이 벌이는 ‘주가높이기’ 전략은 자제돼야 한다. 그럴싸하게 포장된 이벤트를 앞세워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아니면 말고’라는 식의 홍보성 기사 만들기는 그만둬야 한다.
IT기업들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들뜰만큼 주가가 높을 때나 넌더리날 만큼 현저히 낮을 경우에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과 주주가 추구하는 장기간의 이익과 올바른 일을 하는가에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
‘주가에 울고 웃지 말고 경영에 집중하라.’
로버트디 하스 리바이스트라우스사 사장이 ‘기업의 양심’이라는 책자를 통해 밝힌 말이다. 이것이 우리 IT기업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금언이 아닌가.
금기현부장 khku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