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e비지니스 바로보기 2

 ◆김경묵 디지털경제 부장 kmkim@etnews.co.kr

또다시 위기론이 횡행하고 있다. 이번엔 B2B괴담이다. 일각에선 아예 e비즈니스 몰락 얘기까지 나온다. 닷컴위기론이 우리 경제를 한차례 쓸고간 지 불과 1년여만의 일이다.

 유일한 국가경쟁력 회생방안으로 얘기되던 B2B와 e비즈까지 싸잡아 위기론으로 몰아가려는 현재의 분위기는 그래서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닷컴몰락 태풍에서 벗어나 몸도 추스르기 전에 싹도 틔우지 않은 대안들을 밟아버리는 행동은 세계조류를 도외시한 무식함을 넘어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최근 고개를 드는 위기론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위기론의 근거로 꼽히는 외형적 현상은 e마켓의 부진이다. 정확히 말하면 여러기업들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다수대 다수(N:N)형태의 퍼블릭e마켓의 부진이다.

 지난해 신데렐라처럼 등장한 퍼블릭e마켓은 기존 우리 기업문화와는 달리 여러 업종이 동등한 주주자격으로 참여해 협업형태로 비즈니스를 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자본금 규모만도 최고 100억원대에 달해 닷컴 추락 이후 국내 e비즈니스를 주도할 만한 모델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대다수 e마켓들은 이같은 기대와는 달리 고전 중이다. 거래부진이 주된 이유다. 온라인 장터에 공급자와 수요자를 모아 연결시키지 못한 책임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분석이 가능하다.

시장형성 초기에서 발생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통합미흡과 오프라인에서 지녔던 거래 주도권을 잃어버렸다는 공급자들의 상대적 불만, 그리고 수요자들의 전략품목 구매기피 등. 이에 따라 트랜잭션만을 고집해온 많은 e마켓들이 사업모델을 놓고 구매대행이다 솔루션이다 하면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상이 B2B위기론의 논거다. 그렇다면 장사가 안되고 사업모델 변경을 모색하면 모두 위기인가. 그것도 B2B 가운데 제한적인 하나의 모델에 지나지 않는 퍼블릭 e마켓의 사례를 두고 말이다. 따져보면 요즘처럼 전세계 산업계가 불황에 시달리는 시기엔 모든 기업간 거래의 유통채널도 부진한 게 당연하다. 기업들 스스로도 엄청난 재고부담에 생산량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코 e마켓만 헤매고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또 퍼블릭 e마켓들이 겪는 실적부진 역시 반도체 등 여타 정보기술(IT) 산업에 비해 그리 심각한 수준도 아니다.

 결국 이번 위기론의 본질은 퍼블릭e마켓 사업모델의 성공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이라고 생각된다. B2B시장을 바라보는 편향된 시각은 결국 퍼블릭e마켓의 ‘현재 거래부진’이 곧바로 사업모델의 전면 부정으로 이어지고 슬그머니 B2B시장 전체로 확대시켜 버리는 논리적 비약을 담고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될 것 같다.

 위기론의 박약함은 퍼블릭e마켓를 제외한 수직형 사설 e마켓은 여기저기에서 짭짤한 거래비용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국가 및 기업차원에서 구축하는 B2B인프라 확충속도는 세계조류를 앞지를 만큼 이미 거센 파고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유독 퍼블릭e마켓의 위기론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초창기 집중적인 관심과 펀딩에 의존했던 과거 닷컴의 위기가 재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 지금은 퍼블릭e마켓이 출발인 만큼 성패를 비교해 볼 만한 기준도 없다. 결국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에 따른 실망감의 증폭현상일 뿐이다. 닷컴위기에 워낙 데여서 그런지 몰라도 솥뚜껑보고 놀라는 셈이다.

 B2B위기 논쟁은 이제 더이상 의미가 없어 보인다. 특정 e마켓의 부진을 침소봉대 한다해서 e비즈를 축으로 한 세계경제질서를 바꿀 순 없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의 모든 단계는 시장환경에 적응하면서, 스스로 변화 발전하는 진화의 과정이다. 초기 다소 환상적인 모델로 그렸다면 현실에 부닥치면서 모델을 수정, 개선하면 되는 것이다. 성공과 실패는 이같은 진화과정에서 거둔 효과정도에 따라 논의될 뿐이지 시작단계에서 섣부른 위기론은 또 다른 문제점만 야기시킬 뿐이다.

 이 시점에서 e마켓들 역시 위기론이 지적한 우려대로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이 혹시 닷컴의 과오처럼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막연히 고객이 자사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거나 또 벤처-시장선점-코스닥등록 등의 머니게임 수순에만 함몰돼 있었던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 진화를 위한 필수적 점검이다.

 위기론의 순기능은 이처럼 시대정신의 해이를 막고 다시한번 진정한 목표를 향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결집시키는 데 있다. 도를 넘어 이제 막 싹트는 대안까지 없애버리는 조급증은 위기론의 대표적인 역기능이다. 지금 몰려오는 B2B위기론의 먹구름은 분명 역기능적 요소가 많다는 게 큰 문제다.

  김경묵 디지털경제부장 km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