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중국 바로보기

 ◆김경묵 디지털경제부장 kmkim@etnews.co.kr

우리가 중국과 관련해 줄곧 견지해온 시각은 중국은 광활한 시장이면서 경쟁국이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시장이 중시되다가 요즘들어선 경쟁국의 관계가 강조되는 추세다. 그만큼 중국이 급성장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최근 쏟아져 나오는 중국 IT산업의 경쟁력 분석 자료를 보면 그저 시장만 큰 개도국으로 인식됐던 중국에 대한 선입견은 싹 사라진다.

 통상 국가경쟁력의 잣대로 사용되는 시장·자본·기술력 측면에서 봐도 중국의 성장엔진은 이제 완전히 탄력을 받은 상태다. 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자본력 역시 화교들의 모국투자에 이어 최근엔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중국정부가 입맛에 맞는 양질의 자금을 선별해 허가를 내줄 정도다.

 문제는 기술력인데 아날로그제품시장에선 막강한 설비투자에 힘입어 이미 우리를 앞선 상황이고 반도체와 CDMA 등 디지털 분야 몇개 정도에서 우리가 나은 편이다. 하지만 우리가 디지털시대에 접어들어 일본을 따라잡아듯이 중국 역시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하다. 디지털이라는 동일한 출발선에선 축적된 아날로그기술 없이도 어느 정도의 점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수한 기초과학인력이 많고 일관된 기술개발정책을 펼치는 중국입장에선 훨씬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이제 우리보다 자본·시장·기술력면에서 모두 앞선 중국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 됐다. 이를 외면하고 아직도 우리보다 못한 중국을 가상한 진출전략을 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구태하고 막연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정보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벤처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을 너무 모르기도 하지만 그저 막대한 시장이라는 선입견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인 것 같다.

 분명 13억명으로 추산되는 거대한 시장은 중국 경쟁력의 원천이고 우리가 도전해야 할 대상이다. 중요한 건 시장이 크다는 것과 그것을 점유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라는 사실이다. 중국 IT시장이 그렇다. 시장이 크니까 그 중 몇 퍼센트만 먹어도 된다는 식의 막연한 접근이 이제까지 우리기업이 되풀이해온 시행착오다. 한마디로 전략부재다. 이 메가톤급 시장은 우리에게 활짝 열려 있듯이 경쟁력을 갖춘 다국적 기업에도 이미 개방돼 있다. 중국시장에서 실질적인 우리의 경쟁자는 중국기업이 아닌 다국적 기업이다. 고부가가치인 하이테크시장일 수록 더더욱 그렇다. IBM·NEC·노키아·에릭슨·모토로라 등은 우리보다 중국현지화가 10년이상 빠른 업체들이다. 그들과 경쟁하면서 막연히 시장이 크다는 식의 마인드와 어정쩡한 제품군으로 덤비는 전략은 정말 우스운 얘기다.

 “아직도 한국에선 중국실정을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중국은 이제 세계 유력업체 모두가 탐내는 시장입니다. 가장 좋은 제품을 가장 싼 가격에 판다는 전략이 아니면 개척하기 힘든 시장입니다. 현지화 전략없이 막연하게 시장이 넓다든가 우리보다 로그레이드 제품이 통한다는 식의 구태한 생각으로는 백전백패입니다.” 중국 현지에서 오랫동안 영업을 진두지휘해온 노용악 LG법인장은 그간 우리기업의 전략부재를 이렇게 질타한다.

 이같은 전략부재는 결국 중국전문가의 부재로 나타난 결과다. 자칭 중국전문가들은 많지만 중국을 바로볼 만한 진정한 전문가도 없었고 이를 키울만한 경영층의 혜안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중국을 규모만 큰 개도국시장으로 접근하는 한 중국은 여전히 요원한 시장일 뿐이다. 일관되게 시장을 미끼로 기술을 뺏고 투자를 유치하는 중국의 전략을 결코 이길 순 없다.

 현재 중국 경제를 움직이는 테크노크래트들은 중국의 나이를 23세로 종종 얘기한다. 79년 시장개방을 원년으로 삼아 힘이 넘쳐나는 청년기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중국이 아닌 ‘청년의 중국’을 이해하고 장·단점을 꽤뚫는 시장전문가가 없다면 모처럼 부는 한류열풍도 아무 소용이 없다.

 이제 중국을 둘러싼 ‘2선’을 버려야 할 때다. 지나간 노래같은 ‘선입견’과 중국 전문가를 자처하는 ‘선무당’들은 중국을 바로보는 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