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생명공학과 인간복제

 ◆윤원창 부국장대우·과학기술부장 wcyoon@etnews.co.kr

복제인간을 다룬 ‘닥터 모로의 DNA’란 영화가 4년 전 우리나라에서 상영된 적이 있다. 영화 자체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당시 영국에서 양복제에 성공, 인간복제의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영화 줄거리는 노벨상을 받은 생화학자가 한 섬에 숨어 들어가 유전자 조작으로 인간을 능가하는 완벽한 새 생명을 창조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는 인간의 유전자와 양, 늑대 등 각종 동물의 유전자를 조작해 인간과 해당 동물들의 장점만을 합친 수많은 ‘반인반수’들을 만들어 낸다. 이야기는 동물의 특성이 한 몸 속에 있는 인간의 특성을 덮어버리면서 광포하게 변한 ‘야수인간’들이 반란을 일으켜 자기를 탄생시킨 ‘아버지’를 살해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감독은 아마 ‘순수한 인간처럼 완벽한 창조물은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려 한 게 아니었나 싶다.

 물론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는 많다. 인간복제는 인간의 상상력 속에 오랫동안 자리잡았던 소재 가운데 하나인 탓도 있다. 오늘날 누리고 있는 문명들이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낳은 결과물들이지만 인간복제의 꿈은 다른 상상력과 달리 스스로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자칫 인류 전체를 파멸에 빠뜨릴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최근 인간복제를 실제로 추진하거나 착수했다고 발표하는 사람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파노스 자보스 전 켄터키대 생식의학과 교수와 이탈리아의 세베리노 안티노리 체외수정 전문의가 이끄는 국제컨소시엄, 세계 최초로 인간복제 계획을 발표한 미국 클로나이드사 창설자인 클로드 라엘이 대표적이다.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저서 ‘yes! 인간복제’의 홍보를 위해 내한한 라엘이 엊그제에는 인간복제사상과 관련된 대중 강연회를 열어 종교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등 인간복제에 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그는 “인간복제가 동물복제보다 더 쉽고 신뢰성이 높다”고 주장하며 “이미 인간복제에 착수해 늦어도 2년내 복제인간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이미 복제양, 복제소가 탄생한 상황이어서 복제인간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지금 기술적으로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게놈지도가 완성되고, 예상되는 유전적 질병을 태아 단계에서 치료할 수 있는 현재의 생명공학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불가능하다고만 단정할 수 없다. 특히 인간 배아복제 기술뿐 아니라 냉동 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기술 등 세계적 수준의 생명공학 연구가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온건한 인간을 복사해내는 인간복제가 장기 일부를 만들기 위한 배아복제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 추진하는 인간복제는 비용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난치병의 치료보다는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이 복제돼 영원한 삶을 살 수 있게 한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영화는 픽션이어서 재미삼아 볼 수 있지만 복제인간 탄생은 개인의 정체성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무섭기까지 하다. 특히 현재 공식적인 동물복제 성공률이 5%에도 못 미치고 복제양을 탄생시키는 데 실패한 수백 번의 실험에서 수많은 끔찍한 기형의 복제양이 탄생했다는 점에서는 걱정까지 앞선다.

 사실 생명에 대한 높은 관심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의 관심은 그 성격이 과거와 사뭇 다르다는 느낌이다. 단지 건강함이나 성장 차원의 관심을 넘어 생명공학 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경제적인 이윤 추구와 밀접히 결합돼 있는 듯하다. 특히 떼돈만 벌 수 있다면 무엇이든 서슴지 않고 접근하는 약삭빠른 상업주의가 있는 한 복제인간의 출현은 ‘예견된 논픽션’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인간복제를 막을 수 있는 생명윤리기본법(가칭)을 하루 빨리 제정해야 한다는 종교단체와 시민단체의 주장은 설득력이 더할 수밖에 없다. 또 생명의 소중함을 저버리면서까지 생명공학 발전에 발을 맞춘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는 ‘누에가 뽕잎 갉아먹는 소리’ ‘아기 목에 젖 넘어가는 소리’ 등 생명을 키우는 소리라는 말이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한다.

 <윤원창 부국장대우 과학기술부장 wc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