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불확실성 시대에서

◆원철린 산업전자부장 (crwon@etnews.co.kr)

 

 21세기 들어서 정보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은행까지 가지 않더라도 편리하게 금융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집에서 볼 일을 보면서 쇼핑할 수도 있고 멀리 떨어진 세계에서 일어난 어떠한 사건도 위성을 통해 동시에 알 수 있다.

 영국의 사회학자 프랜시스 캐린크로스는 ‘거리의 소멸(death of distance)’에서 “이같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거리개념과 공간개념이 완전히 달라지게 됐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사람들은 정보기술 발달에 대한 희망적인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난 11일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 맨해튼과 워싱턴 펜타곤에 떨어진 비행기 테러참사를 보면서 이러한 믿음도 깨지고 만다. 원시적인 테러행위가 첨단 지식 정보와 결합, 막대한 인적 및 물적 피해를 입혔다.

 4만원짜리 비행시뮬레이터게임만 있으면 초등학생도 뉴욕 맨해튼 상공에서 비행연습을 할 수 있고 어느 공항에서 무슨 항공기가 뜨는지 등의 테러준비에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은 기회와 함께 위험을 동시에 증가시키고 있다. 물론 정보기술이 발달한 지금이 예전보다 더 위험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전례없는 많은 위험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로 돈을 관리하는 은행과 화폐 제도마저도 크게 믿을 수 없고 테러 집단의 위기로 닥칠지 모르는 경제 공황의 악몽과 컴퓨터의 오동작으로 인한 핵전쟁 등.

 오히려 정보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이러한 불확실성을 높여 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쓴 겔브레이스는 “우리 현실은 너무나도 많은 일들로 불확실한 시대기는 하지만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우리의 삶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요인들을 해소하면 그것이 바로 진리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아무리 인터넷으로 시간과 거리가 소멸된다 해도 우리는 현재의 상태를 100% 다 알 수 없다. 현재의 상태를 100% 다 안다면 미래는 예측가능하기 때문에 불안에 떨 필요가 없다. 현재의 조건을 100% 다 알 수 없기에 그만큼 불확실한 것이다.

 불확실성 시대에 살 수밖에 없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게임이론에 불확실성 개념을 도입,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하사니 교수는 상대방의 특징이나 장단점을 모두 알고 게임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불완전한 정보 아래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모르는 불확실성을 그대로 인정하고 이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상황에서는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따라서 수많은 변수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과 그 관계들을 찾아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통찰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대처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찾아낸 중요 변수에 대한 전략도출과 함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 테러집단에 대한 미국의 보복대응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미국이 테러의 주모자로 여긴 오사마 빈 라덴을 보호하고 있는 아프카니스탄에 지난 16일 최후 통첩을 보냈다. 3일 안에 라덴을 인도하지 않으면 테러를 지원하는 아프카니스탄을 보복하겠다는 게 미국의 의지다.

 이번 테러사건의 희생자가 워낙 많아 미국이 강력한 보복에 나서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라덴 인도가 무산되면 전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렇게 됐을 경우 또다시 산유국인 중동의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으로 빠져들면서 우리의 경제도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테러사건이후 국제 정세 및 세계 경제 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참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적절하게 대응,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기업들은 창의력 있는 경영능력을 갖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