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전쟁과 IT기술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은 실질적인 전쟁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기에는 양측의 군사력 자체가 너무 차이가 난다. 아프간의 군사력은 오지를 이용한 게릴라전에 강하다는 것, 이를 통해 구소련의 침공을 저지했다는 것 외에는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이조차 10여년 전의 일일 뿐이다. 미국은 이미 걸프전에서 세계 10위권의 군사력을 가진 이라크를 맥없이 주저앉혔다.

 구 소련의 군사력도 현재 미국의 군사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자금면에서 풍족하지 못했던 구 소련은 장기간의 공습이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지금 미국은 입장이 다르다. 가진 돈도 많지만 우방이라는 주변국들로부터도 엄청난 자금을 갹출해 전쟁에 임한다. 필요한 만큼 공습을 감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포탄과 미사일을 퍼부을 수도 있다.

 미국은 걸프전에서처럼 인명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인다는 원칙을 가지고 아프간 공격에 임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상대가 약체임에도 불구하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기술력을 동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정보기술(IT)이다. 이는 아프간을 침공한 구 소련과 확연히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일본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핵폭탄 때문이 아니다. 암호해독능력을 포함한 정보력과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적의 위치를 알수 있게 해주는 레이더라는 신형 장비였다. 이 전자장비는 전쟁의 향방을 결정지은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국이 승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적을 아는 싸움은 그만큼 승리에 가까이 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프간 공습에 앞서 미군은 위성과 정찰기, 통신망을 통해 공격에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를 입수했다. 지상의 10㎝크기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위성, 감청이 가능한 위성을 이용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이미 아프간 전역을 손바닥 보듯이 파악한 뒤 공격에 나섰다. 공습 3일이 지나자 아프간의 주요 군사시설물 80% 이상이 파괴됐다. 외신을 통해 날아드는 공습받은 지역을 이전 모습과 비교한 사진들은 미군의 미사일과 폭탄이 얼마나 정확하게 목표물에 유도됐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이제 아프간에 지상군이 투입된다. 지상군 역시 총을 들고 적을 향해 돌진하는 이전의 군인이 아니다. 적에 관한 정보를 컴퓨터와 연결된 디스플레이로 확인하고 야간에도 적을 식별할 수 있는 장치를 가진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군인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레이저 유도장치가 달린 총을 들고 군복조차 제대로 못갖춘 아프간 군인들을 상대한다. 이도 모자라 이들의 앞길을 막는 적들에게는 5㎝ 범위의 오차를 가진 정밀 유도 폭탄이 투하된다.

 역사에 나오는 크고작은 전쟁들은 첨단기술 발전에 적지 않게 기여했다. 위성항법시스템이나 셀룰러시스템, 각종 인식시스템 등 지금 우리가 혜택을 보고 있는 대부분의 IT기술들이 전쟁 수행능력을 높이기 위한 각종 군사장비 개발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지금은 민간에서 한층 진화된 기술들이 전쟁마당에서 그 진가를 내보이고 있다.

 미국의 아프간 공격은 전쟁에서 IT기술이 얼마나 중요하고 위력적인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베트남에서의 실패가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구 소련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그들이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최강의 전쟁수행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지구상에서 테러를 자행하는 집단이나 개인은 격리돼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희석되고 있기는 하지만 수천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무역센터 테러에 대응한 보복전쟁은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IT기술과 산업 발전을 긍정적인 면에서만 보아온 입장에서 각종 시설물을 파괴하고 인명을 살상하는 전쟁의 선봉에 IT기술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 서글픔이 크다. 아프간에서 사용되고 있는 IT기술이 피아를 막론하고 인명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박주용 국제부장 jy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