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월드컵과 문화산업

 ◆모인 문화산업부장 inmo@etnews.co.kr

  

 2002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가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5월말이면 지구촌 사람들은 또 한차례 마법에 빠져 이들의 경기를 지켜 볼 것이다. 22명의 선수가 가죽공을 갖고 승패를 가르는 게임이 이처럼 전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매력은 뭘까. 한마디로 그것은 예측불가능한 것에 대한 상품성 때문이다.

 월드컵은 예선과 본선을 치른다. 본선에 오른 국가만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별 우열을 쉽게 가름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의 결과는 우열로 판가름나지 않는다. 절대 약자가 강력한 우승자를 물리치는 이변이 속출한다. 지난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도박사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확실성이란 규범에 살아가는 지구촌 사람들에게 불확실성은 값비싼 상품이 되고 있는 것이다.

 88 서울올림픽에 이어 두번째로 큰 행사를 치르는 우리에게 월드컵 개최의 의미는 매우 크다.

 춥고 암울했던 80년대에 희망과 빛을 안겨다 준 것은 서울올림픽이었다. 산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조립산업에서 정보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패션의 물결을 몰고 왔다.

 이런 측면에서 2002 월드컵 개최는 IMF란 ‘국치’를 떨쳐 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나락으로 떨어진 국운을 되살리고 침체돼 있는 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전기로 만들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행사를 그 어느 대회보다 잘 치러야 한다.

 스포츠와 문화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문화산업적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국제 스포츠계에서 미디어의 황제 루퍼트 머독이 가장 큰 권력을 지닌 인물이란 사실은 더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스포츠와 미디어, 문화가 결코 뗄 수 없는 상관관계에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문화산업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짰으면 한다.

 예컨대 우리 영화가 시장점유율 50%에 육박했다고 하지만 내실을 들여다 보면 허약하기 짝이 없다. 이제야 비로소 산업의 틀을 갖춰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또 비디오는 몇년새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고 음반은 불황의 터널에서 한치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시대를 맞고 있는 방송은 중앙과 지역방송, 위성방송과 케이블TV방송이 서로 머리를 맞대며 대립하고 있고 그나마 잘 나간다는 게임은 이른바 온라인·전략시뮬레이션 게임 개발에만 주력함으로써 산업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는 문화와 산업계에 늘 새로운 전기로 작용해 왔다. 이러한 기회를 잘 활용한 나라는 융성했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쇠락했다.

 온라인게임에 대한 비중을 낮추고 퍼블리셔(배급사) 육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케이블TV방송에 대한 지원정책을 확대하고 음반물류선진화를 서둘러 실현해야 한다.

 기획 및 마케팅을 강화해 해외시장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으면 영화산업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이같은 포트 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업체간 전략적 제휴가 불가피하다. 올드미디어시대에서 정형화된 경쟁 구도로는 살아남을 수 없으며 한쪽에서만 수익을 모두 가져가던 시대는 이미 끝이 났다. 지금 전세계는 미디어업체와 콘텐츠업체, 통신업체가 다자간 연합으로 뭉치고 있다.

 월드컵을 통해 우리 스포츠와 문화산업이 한단계 올라서기를 소망해 본다. 16강 진출이란 국민적 여망과 함께 한류열풍을 타고 국제 영화제와 마켓에서 큰 바람을 일으켰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