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탄탄한 IT산업 기틀을

◆박주용 국제부장 jypark@etnews.co.kr

 

 철골 구조를 가진 교량은 완벽한 균형을 요구한다. 다리를 형성하고 있는 각각의 구조물이 주어지는 하중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 붕괴될 수밖에 없다. 과거 성수대교 붕괴는 특정 부위의 철골이 감당하기 힘든 하중으로 균형을 잃으면서 일어난 사고였다. 삼풍백화점 붕괴 역시 한곳에 집중된 하중으로 건물을 지탱하는 구조물들이 균형을 잃어 발생했다.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애꿎은 인명을 잃었다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국가적인 망신을 당했다는 점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다.

 지난 97년 우리는 IMF사태를 맞았다. 경제의 한축이던 한보철강과 기아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의 부실이 정부의 잘못된 처리과정과 맞물리면서 국가 부도 위기로 내몰렸다. 건국 이래 최대 위기로까지 평가되던 IMF사태의 원인은 경제를 지탱하던 기업들 가운데 일부가 균형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는 부실시공으로 발생한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의 붕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인재였다.

 지난해 우리는 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났다. 그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한 축과 구조들을 재정비했다. 물론 아직 그 과정은 진행 중이지만 이제 재기할 수 있는 기반도 어느 정도 갖췄다. 그렇다고 우리 경제가 다시 무너지지 않을 만한 토대를 갖췄다고 자신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우리 경제의 완전한 회생 여부는 IT산업이 열쇠를 쥐고 있다. 이 때문에 현 정권은 집권 초기부터 IT산업 육성을 중심으로 한 산업 정책을 펼쳐 왔다. 특히 인터넷·통신 위주의 온라인 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은 IMF관리체제를 벗어날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넷기업 등 밴처기업의 도산이 잇단 2001년이 지난 지금 남은 것만큼 잃은 것도 많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명예를 얻기도 했지만 새로운 물결 속에 한동안 우리 경제를 떠 받치던 전기·전자분야 오프라인 기업들의 상당수가 설 자리를 잃기도 했다. 정부의 정책이 균형을 잃은 탓이다.

 세계는 잠시 머무를 틈도 없이 급변하고 있다. 신경제의 기치를 내걸었던 미국이나 이를 뒤따랐던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산업정책도 지난해부터 변화되고 있다. 오프라인산업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온라인산업과의 조화를 통해 실체와 개념을 한데 묶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신경제의 개념도 일부 변하고 있는 것이다.

 IT산업을 지탱하는 것은 정보통신이나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산업만이 아니다. 전기·전자분야의 전통적인 제조업도 없어서는 안될 하나의 축이다. 디지털화라는 새로운 추세 속에 이미 이 둘은 하나로 융합되고 있다.

 기대대로 라면 올해 안에 세계 경기회복이 시작되고 우리 경제도 침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전망이다. 새해들어 세계 시장에서 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있고 IT관련 주들의 주가가 오르면서 주식시장도 모처럼 활기를 찾는 등 경기회복의 조짐은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

 탄탄한 국가 경제를 건설하는 것은 무너지지 않을 교량을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철골 하나하나가 부실하지 않아야 교량이 붕괴되지 않는 것처럼 경제를 지탱하는 다양한 분야들이 건강하게 육성돼야 한다.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IT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는 우리 IT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경제발전과도 직결될 IT산업의 틀을 어떻게 균형있게 짜느냐 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