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은 세계 주요 선진국에서 휴대폰 가입자 증가율이 처음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중요한 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에 있는 시장조사회사 이다트(http://www.idate.fr)는 특히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이통 선진국들일수록 지난해 초부터 휴대폰 신규가입자 증가율이 눈에 띄게 하락하는 현상을 포착한 후 그 원인을 분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가 발간한 보고서(Mobiles:market growth in terms of volume and value)에 따르면 최근 휴대폰 가입자가 정체되는데다 가입자 1인당 평균 매출액까지 동반하락하는 이유는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초기 매출 증대를 위해 도입한 선불서비스가 증가하면서 오히려 전체 매출을 감소시키는 모순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세계 이동통신시장이 3세대(G)로 이동하고 있다. 먼저 미국 시장을 살펴보면 미국의 최대 통신사업자 버라이존을 비롯해 넥스텔·AT&T와이어리스·싱귤러와이어리스 등이 올해 3G 시범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고, 유럽에서는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BT)과 보다폰이 3G서비스를 주도하고 있다.
또 아시아의 경우에도 일본의 NTT도코모가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의 이동통신인 포마(FOMA)서비스를 상용화한 데 이어 홍콩의 허치슨왐포아 등 이통사업자들이 올 3분기부터 3G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이처럼 3G기술은 일본에서 먼저 현실화됐지만 유럽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여전히 불확실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특히 유럽 업체들은 최근 이동통신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유럽형 3G서비스인 UMTS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가지 분명한 기류는 휴대폰 가입자의 단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최근 급속도로 아시아 지역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휴대폰 가입자 성장률이 감소하는 것은 단순히 유럽시장 때문일 수도 있다. 유럽 5대 시장의 신규가입자수가 2001년 첫 9개월 동안 2000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 이상 감소했으며 가입자 성장률도 15.5%(전년도 45.8%)로 떨어졌다.
그러나 세계 8대 시장(독일,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스페인, 미국, 일본, 중국)의 성장률을 보면 2001년 첫 9개월 동안 거의 변동이 없었다. 2000년 첫 3분기 동안 9160만명이었던 가입자수가 지난해에는 오히려 9570만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그림1, 2 참조
하지만 문제는 2003년까지 가입자수가 거의 증가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독일 KPN과 영국 mm02의 독일 자회사인 비아그인터콤(Viag Interkom) 등 일부 사업자들을 제외하고는 가입자수가 이미 전반적인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체현상은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 전세계 이통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알려주는 예고일 수도 있다.
미국과 일본시장은 유럽의 선두 5대 시장들보다 각각 2.5∼3%의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이 두 나라와 유럽시장의 이동전화 보급률 차이는 3%에서 4%로 확대됐는데 이것은 한쪽 진영의 가입자수가 줄어들었음을 반영한다(미국과 일본을 합한 시장은 2030만명인 데 비해 유럽 5대 시장은 2850만명).
유럽 각국을 제외하면 일본만이 유일하게 보급률이 50%를 초과했다. 반면 유럽에서는 보급률이 가장 낮은 프랑스도 이미 2001년 초부터 50%대의 보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통시장의 규모면에서는 중국이 가장 중요한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2001년 첫 9개월 동안 세계 상위 8개 시장에서 발생한 신규 휴대폰 가입자의 50%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했다(총 9570만명 중 4590명).
2001년 첫 3분기 동안 중국시장의 성장률은 53.1%로, 아직 성장률이 떨어지는 징후가 거의 없다(전년도는 55.6% 기록). 중국의 휴대폰시장은 최근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지만 아직 보급률은 겨우 10%의 문턱을 넘어선 단계다.
그러나 2001년 7월 현재 중국은 휴대폰 가입자수에서 미국을 1000만명 이상 앞서가는 세계 최대 이통국가로 떠올랐다.
다른 개발도상국가들 역시 최근 세계 휴대폰시장 성장에 보탬이 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인도의 경우 시장규모가 중국보다 작지만 앞으로 중장기적인 성장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이 최근 라틴아메리카 전체를 강타하는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브라질이나 멕시코 등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나 최근 전세계 이통시장의 흐름은 단순히 휴대폰 가입자 증가와 관련한 통계자료에만 의존해서는 안되며 다른 요인들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현재 사업자들이 해결해야 하는 심각한 위기상황 중 하나는 과도한 경쟁과 보급률 증가 및 선불 가입자 시장의 성장으로 인해 가입자 1인당 매출액이 계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장 성장이 멈추는 것은 투자가들에게는 좋은 소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가입자 유치경쟁이 종료되어 사업자들이 고객의 수보다는 품질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에 치중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가격전쟁이 휴전상태에 들어감에 따라, 단말기의 보조금이 줄고 선불가입보다는 정액가입이 촉진되어 영국의 보다폰같은 일부 사업자들의 가입자 1인당 평균매출이 안정화될 것이다. 사실 영국 보다폰의 가입자 1인당 평균매출액(ARPU)은 2001년 이후부터 37유로를 유지하고 있다.
가입자수 측면에서도 영국을 대표하는 이통업체 보다폰(Vodafone)은 최근 중국의 차이나모바일(China Mobile)에 세계 선두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2001년 9월 말 현재 보다폰이 영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시장에 투자하는 이통사업자들의 가입자를 모두 합쳐도 9560만명에 그친 반면, 중국의 차이나모바일은 최근 중국에서만 966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1 참조
◇가입자1인당 평균매출(ARPU)
지금까지 ARPU는 하향세였으며, 다음과 같은 규칙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즉 휴대폰 보급률이 증가할 때, 사용자 1인당 평균 매출액은 감소한다는 것이다.
ARPU가 감소하는 주된 이유는 요금체계가 경쟁화되고 낮은 수익을 주는 사용자(예를 들면, 휴대폰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 노인·어린이 사용자)의 증가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선불서비스에 가입하는 사용자는 바로 이들이다. 통화량이 적은 고객들이 증가하면서 선불서비스에 의한 전체 ARPU는 계속 감소할 것이다. 따라서 2002년부터 성공의 관건은 가입자를 얼마나 유치하는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매출을 극대화하는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선불 가입자
최초의 선불 GSM서비스가 1995년 포르투갈에서 시작된 이래 채 6년이 되지도 않았지만 서유럽의 선불시장은 최근 급격하게 확대돼왔으며, 그 결과 현재 많은 유럽국가에서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1998년 12월 말에는 10% 이하였다). 유럽 남부국가들(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의 선불시장 성장률은 최근 70%∼80% 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그 비율이 85%까지 치솟았다.
이에 비해 유럽북부의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경우 선불시장은 여전히 틈새시장이다. 그 외의 유럽국가들에서는 선불 가입자와 일반 가입자의 비율이 엇비슷하다. 선불서비스는 사업자들에게 양날의 칼이라고 할 수 있다. 선불 서비스는 가입자 기반을 증가시키기 위한 유용한 장치가 분명하지만, 매출액을 증가시키고 이익을 늘릴 때는 오히려 장애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계 주요 이통업체들은 선불 가입자를 일반 가입자로 유도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탈리아의 TIM, 옴니텔, 보다폰의 예에서 이미 증명되었듯이 선불고객의 비율이 높아지면 가입자 비용을 회수하고 이익을 내는 데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유럽 이통업체들의 매출액 중 상당비율은 데이터서비스에서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단문메시지서비스(SMS)의 성공 덕택이다. 데이터 매출액은 대략 총수익의 5%에서 15%를 차지하는데, 영국 보다폰의 독일 자회사 ‘D2보다폰’이 특히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표2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