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전화 요금 통합고지서 발급 놓고 관련 사업자간 `신경전`

 

 시외전화 요금 통합고지서 발급을 둘러싸고 KT와 후발사업자인 데이콤·온세통신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KT는 정부가 추진중인 시외전화 요금 통합고지서 발급은 마케팅의 핵심인 요금고지서를 경쟁업체와 공유하라는 처사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후발사업자는 사업자간 연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고지서 발급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며 ‘유효경쟁차원’에서 활성화시키자는 주장이다.

 ◇과정=지난 10월께 정통부가 시외전화사업자인 KT·데이콤·온세통신 등에 시외전화요금부문 통합고지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불거졌다. 정통부는 한 장의 요금 고지서로 통화료를 납부토록 해 후발사업자의 비용을 절감시키겠다는 유효경쟁여건 조성차원에서 시도됐다. 통합요금 고지서가 시행될 경우 2200만명에 이르는 KT가입자에게 데이콤·온세통신의 시외전화 통화요금까지 고지할 수 있어 후발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러한 정통부 입장에 대해 데이콤·온세통신이 환영의 뜻을 밝혔다. 후발사업자는 빌링시스템을 KT가 대행해줄 경우 2200만명에 이르는 KT가입자에게 자신의 서비스를 홍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사 고객에게 요금 납부에 따른 불편함을 해소시킬 수 있다며 찬성했다.

 ◇후발사업자에게 유리=통합요금 고지서가 발행되면 후발사업자는 기존 KT 보유시장에 대한 접근이 유리해진다. 시내외, 국제전화 요금까지 하나의 고지서로 발행하는 KT서비스 범주에 후발사업자의 서비스마저 묶이게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 요금이 저렴할 경우 소비자의 선호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후발사업자는 그간 KT가 “경쟁업체의 서비스를 선택하면 두 장의 요금고지서를 받게 되는 불편함이 있다”는 마케팅 전략을 원천 봉쇄할 수 있을 것이라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KT 반발=KT는 전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경쟁 통신사업자간 영업정보 공유라며 반발했다. KT는 “요금고지서는 단순하게 요금내역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간 마케팅 전략, 특정 상품에 대한 홍보 등을 담는 공간”이라며 이를 공유하라는 것은 그간 쌓아온 마케팅 기반을 경쟁사에 내어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요금 고지서를 KT가 대표로 발행하다보면 요금 외에 경쟁사 고객에 대한 민원을 해결하는 등 여러가지 잡무가 늘어나고 불필요한 불공정 시비가 올 수 있다며 우려했다. 통합요금 고지가 단순히 고지서를 발송하는 차원이 아니라 경쟁사의 소비자 민원까지 처리해야 하므로 고객센터에 대한 업무가 크게 증가하며 이는 고지서 발송비용만을 부담하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KT는 요금대행업무로 소액의 비용을 얻는 대신 경쟁사의 마케팅을 해주고 민원을 전가받아 수십배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KT는 비경쟁부문에서의 통합고지는 선례가 있으나 경쟁사업자끼리 경쟁부문에 대한 요금을 통합고지한 선례는 전세계적으로 없다며 통합요금 고지는 사업자의 고유 영업권한이지 정부가 통제해야 할 사항은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정부입장=우선은 사업자 협의사항이지 정부 결정사항은 아니라고 부연하고 있다. 자칫 사업자의 영업부문을 정부가 통제하는 인상을 줄 수 있어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특히 KT가 위의 논리로 강력하게 반발할 경우 이를 관철시킬만한 카드가 없다는 것도 고민이다. 

 그러나 정부는 후발사업자가 시외전화 시장에 진입하는데 사업자간 요금고지서를 통합하는 것이 매우 유효한 정책이라는 데는 의견을 모은 듯한 인상이다. 후발사업자를 위한 유효경쟁체제 구축방안으로 마련된 만큼 사업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 낼 예정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