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 E비즈니스부장 jsuh@etnews.co.kr
조지 콜로니 포레스터리서치 회장에 따르면 현재의 인터넷 표준인 웹(WWW)은 앞으로 2∼3년후를 정점으로 쇠퇴기를 맞고 그 공백을 새로운 서비스모델이 대체하게 된다고 한다.
60∼70년대 초창기 와이즈나 고퍼 등이 인터넷 서비스 모델의 주류였을 때 그 전송속도는 1초당 몇십∼몇백비트(bps) 수준이었다. 컴퓨터 기본메모리도 현재의 단위로 환산해서 몇∼몇십바이트에 불과했다. 팀 버너스 리가 웹을 설계했을 89년만 해도 인터넷 속도는 고작 1Kbps급이었고 대중의 주력 컴퓨터는 처리성능 1㎒ 내외의 286급 PC였다.
10여년이 지난 요즘 인터넷 속도는 초고속망(브로드밴드)이라 하여 1∼4Mbps로 1000배 이상 빨라졌고 PC성능도 2000배 이상 빨라진 2㎓까지 올랐다. 어디 그 뿐인가. 2∼3년 후에는 100Mbps∼1 급 이상의 제2세대 브로드밴드가 등장하고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도 3억대에서 10억대로 늘어나게 된다고 한다. 전송구조도 클라이언트서버 방식에서 서버를 거치지 않는 직배방식(P2P)으로 바뀔 전망이다. 또 주소체계가 IPv4에서 IPv6로 확장되면 가정·사무실과 손안에 있는 웬만한 디지털 기기는 모두 인터넷 사정권에 들게 된다고 한다. 인터넷환경이 바야흐로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사방팔방으로 질주해가는 형국인 것이다.
그렇다면 콜로니 회장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전송속도 1Kbps 시대에 그 사상(寫像)이 정립된 웹이 2∼3년후 10만배 이상 확장된 기술적 바탕에서도 유효하리라는 것은 아무래도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염두에 두고 90년대 말부터 ‘차세대 인터넷’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는 ‘그리드(GRiD)’ ‘앳홈(@HOME)’ ‘인터넷2’와 같은 것이다. 이들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웹을 대체하는 소프트웨어, 즉 포스트웹(Post WWW)의 개발이라 할 수 있다. 확장된 네트워크나 변화된 전송구조의 제어는 결과적으로 소프트웨어의 역할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포스트웹은 그리드 등에서 ‘TENT’ ‘JACO’ ‘CACTUS’ 등으로 개발되고 있다. 전송구조를 전환시켜줄 미들웨어는 ‘Globus’ ‘Legion’ ‘Condor’라는 명칭으로 개발중이다. 이런 도구들의 기능은 인터넷 환경의 양적 확산에 큰 역할을 했던 기존 웹과 달리 인터넷 이용의 심화, 예컨대 e비즈니스의 정착 등에 초점이 맞춰진다고 한다. 2∼3년후 웹이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들 도구가 선을 뵈는 시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90년대말부터 이런 포스트웹의 개발에 국운을 걸다시피해왔다. 인터넷 종주국 미국은 현재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일본·EU·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캐나다 등은 여러 인터넷 분야 가운데 어느 한 분야에서 만큼은 미국을 앞서겠다며 발벗고 뛰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여전히 우리는 웹의 영속적인 생명력을 믿고 인터넷인구와 브로드밴드 보급률을 자랑하며 현재에 안주해있는 눈치다. 포스트웹은 차치하더라도 일본·중국·캐나다·프랑스 등이 1세대 브로드밴드 보급신장률에서 이미 우리를 추월하고 2세대 브로드밴드 도입계획을 추진하는 마당인데도 말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의 인터넷 대부 전길남 KAIST 교수에게 “차세대 인터넷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현재나 가까운 미래에 인터넷에서 생기는 문제를 몇 년 후에 해결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인터넷인구와 브로드밴드 가입자가 많은 현상은 분명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현상이 현재나 가까운 미래의 문제점까지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포스트웹이 요구되는 인터넷 패러다임의 변화에 직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