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철린 문화산업부장 (crwon@etnews.co.kr)
인터넷이 생활화하면서 청소년들이 주로 즐기는 분야가 게임이다. 청소년들은 평균 하루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한 경우 하루 5시간 이상 밤새워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도 많다. 자라나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30대 직장인도 인터넷게임에 빠져들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보니 게임에 중독돼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인터넷의 특성인 익명성을 바탕으로 욕설이나 비방, 성적수치심을 자극하는 음란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보통이다. 아이템을 해킹하거나 현실에서 아이템을 매매하는 것은 물론 일부에서는 사이버전리품의 교환을 매개로 한 성적거래까지 이루어지기도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면서 이를 우려한 목소리가 높아 가고 있다. 인터넷게임 등을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마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여론에 힘을 받아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에서는 온라인게임의 규제 대책까지 내놓았다. 인터넷과 통신을 통하여 제공되는 온라인 게임들을 사전심의하겠다는 게 영등위의 입장이다. 영등위의 이러한 방침은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게임의 폐해를 앞세워 규제에 나서는 것은 아날로그 대응방식이다. 디지털시대에 이러한 접근방식은 썩 바람직스러운 일은 아닌 듯 싶다.
지금은 게임의 역기능면을 강조하면서 규제하기보다는 순기능적인 측면을 살리기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를 해주어야 할 때다.
인터넷 게임인 ‘리니지‘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게임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서비스하고 있는 엔씨소프트는 뜨는 기업이 됐다. 코스닥에서 황제주의 대접을 받으면서 가장 잘나가는 벤처기업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 일본에서 소프트뱅크와 합작회사를 설립, 서비스에 나서고 있을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성공에 자극받아 인터넷 게임업체들도 하나둘씩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살벌한 국내시장의 경쟁을 바탕으로 인터넷 게임업체들은 해외 진출을 서두르면서 작은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이처럼 꽃망울을 터뜨리려고 하는 상황에서 규제 일변도로 나가서는 천려일실할 수 있다. 물론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규제에 앞서 먼저 해야할 일은 소비자들은 건전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업체들은 자유스럽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당장 필요한 일은 가정과 학교에서의 미디어교육이다. 우리 청소년들은 TV와 비디오, 인터넷 등 미디어에 노출돼 있다. TV와 인터넷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올바른 미디어 접근 교육과 함께 미디어로부터 떨어질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음으로 업계자율에 맡겨야 한다. 인터넷 게임업체들은 프로그램등급제 실시와 함께 실명제를 적용, 해로운 프로그램에 청소년들의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 아울러 이들 업체는 공익적인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이 소비자를 생각하는 경영을 펼칠 때 오히려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수익의 일부를 사회로 환원하는 차원에서 게임업체들은 공동으로 게임중독증 치료센터나 상담센터를 설립, 운영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기업체들이 스스로 이런 움직임을 보일 때 정부의 지원과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해결에 나서야 한다. 기술이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시대에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도 있지만 또한 매체간 융합도 전개되고 있는 실정을 감안, 통합된 윤리기구의 설립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따라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방송위원회 등 매체별로 윤리규제를 전담하는 기관들을 통합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제는 아날로그식 규제방식보다는 디지털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