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 한국이 세계사의 전면에 등장한다.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인 20억명의 시선이 동시에 한국으로 쏠린다.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31일 동방의 조용한 아침의 나라 한국에서 개막식과 함께 한달간의 짧고도 긴 여정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지구촌이 열광하는 인류 최대의 축제 월드컵. 그러나 2002 한일 월드컵은 우리에게는 단순한 잔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 한국이 개발도상국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졌다면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는 세계 정치·경제·문화질서를 주도하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또 올림픽에서 한국이 아날로그시대의 주역임을 알렸다면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는 디지털시대를 이끌어가는 리딩국가로서의 면모를 전세계인에게 깊이 각인시켜야 한다.
IT월드컵에서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기술을, 문화월드컵에서는 반만년의 유구한 우리 문화를 전세계에 알리자. 월드컵 기간 중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한국이 선진 민주주의 국가임을 과시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월드컵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한국을 지켜본 세계인들이 올림픽에 이어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 한국이 결코 주변국이 아님을 인식시키는 계기로 삼자. 따라서 우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화합과 평등 그리고 디지털의 잔치로 승화시켜야만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번 월드컵을 ‘평화와 화합의 월드컵’으로 선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9·11테러 이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지구촌의 가족들은 공 하나의 움직임에 울고 웃으며 하나임을 확인할 것이다. 또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한국과 일본 양국은 21세기 첫번째 월드컵을 같이 치르면서 우의와 공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기를 열어가는 동반자라는 위치를 재삼 느낄 것이다. 지구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도 남과 북이 적이 아닌 하나의 민족이라는 현실을 깨닫는다면 이번 월드컵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의 가치는 월드컵 유치로 발생하는 수십조원의 경제적 효과 이상이 될 것이다.
또 대내적으로도 지루한 정쟁과 가진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간 심화되는 갈등에 시달리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을 치유할 수 있게 사회구성원 모두 붉은악마가 돼 화합의 한마당을 만들어 보자.
사회·문화·정치적인 화합의 장으로 승화된 월드컵은 우리에게는 경제적 이득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미 이번 2002 한일 월드컵이 IT월드컵으로 규정된 만큼 디지털 잔치로 디지털코리아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자. 월드컵 유치 이후 이미 한국 IT기술의 우수성이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월드컵이 열리는 한달 내내 세계 최첨단의 우리 IT기술을 남김없이 과시해 보자.
이미 시험방송에 들어간 디지털 HD방송, 1000만에 육박하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3000만명을 넘어선 휴대폰이용자, 세계 최초의 IMT2000서비스, 세계 최대의 반도체 및 TFT LCD 생산국.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가 잔칫상에 내놓을 진수성찬들이다. 과거 올림픽을 통해 국가브랜드를 높이는데 성공했다면 이번 월드컵에서는 이렇게 알려진 우리의 국가브랜드를 질적으로 고도화시키는 계기로 삼자. 메이드인 코리아이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은 그런 디지털코리아브랜드를 전 세계인의 마음 깊숙한 곳에 심어 놓자.
31일 월드컵을 알리는 휘슬이 울린다. 개막전을 알리는 휘슬은 동방의 한편,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는 2002 한일 월드컵이 21세기 인류의 화합과 평등을 전세계에 선언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 세기에 한국이 주인공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월드컵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양승욱 엔터프라이즈부장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