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월드컵 이후

 428g짜리 축구공이 포르투갈의 골문을 흔들 때 온국민은 ‘대∼한민국’을 외쳤다. 거리마다 붉은 물결이 춤췄다. 14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우리는 포르투갈을 1대 0으로 이기며 48년 만의 숙원인 16강 진출의 감격을 맛보았다. 그것은 경이였다.

 사이버공간도 감동으로 달아올랐다. 우승을 기원한 사이버서명운동, 사이버응원을 펼친 수백만 네티즌도 흥분했다. 포털사이트들은 이벤트를 마련했고, 인터넷 쇼핑몰에는 다양한 경품행사가 열리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6강 진출 시 경제효과가 3조원에 달하고 기업 이미지, 국가 브랜드 제고에 따른 효과가 15조원에 이르는 등 총 18조원의 경제효과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우리는 16강 진출을 통해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고, IT코리아의 위상도 세웠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을 ‘IT월드컵’으로 명명하고 IT력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대회 운영·관리 등 전부문에 첨단IT를 접목시켰고, 개막식에서는 IMT2000 등 화려한 디지털기술을 선보였다.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통신업계는 우리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본부·경기장·국제미디어센터(IMC)를 연결하는 근거리통신망(LAN)이 구축됐고, 이동전화·주파수공용통신(TRS)·인터넷·팩스 등 유무선통신서비스가 활용되고 있다. 이번 월드컵은 경기장의 카메라에서 국제위성지국까지 방송중계망이 100% 디지털로 이뤄져 디지털TV를 통해 생생한 경기장면을 볼 수 있는 최초의 월드컵이다.

 그렇다. 우리가 멋지게 월드컵을 치러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잠재력이 폭발하고 있다. 전국민이 하나 되는 기쁨으로 환희하고 있다. 동방으로부터 에너지가 분출하고 있다. 그 에너지는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제 16강을 넘어 8강으로 가자고 한다.

 월드컵은 2주를 남기고 있다. 비록 8강이나 4강에 들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만족한다. 히딩크 감독을 통해 기초체력의 중요성과 지연·학연에 연연하지 않는 용병술을 배웠고, 전국민이 붉은 악마가 돼 모두 하나의 염원으로 뭉칠 수 있었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대견해 할 만큼 성공적으로 지구촌 축제를 치러내고 있다.

 그러나 성공한 월드컵은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 월드컵이 끝난 후 각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때다. 월드컵이 단순한 잔치로만 끝나서는 안된다. 축구를 벗어나 잠시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우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여전히 정치권은 대립하고, 노사는 갈등하며, 정부의 권위는 실추되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97년 외환위기에 비해 결코 좋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이 걱정이다. 오히려 97년에 비해 정부 재정능력이 더 취약해졌고, 가계는 과도한 부채로 허덕이며, IMF이후 빈부격차가 더 심화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환위기를 겪은 많은 나라가 외환 위기 후 3∼5년차에는 경제가 뚜렷한 개선의 모습을 보이다가 또 다시 IMF 사태를 겪는 일이 반복적으로 벌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축구를 통해 배운 교훈, ‘기본에 충실하자’. 월드컵 이후 우리는 정치·경제 모든 면에서 기초체력을 기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모처럼 월드컵을 통해 꽃피운 IT산업 부흥의 기회도 놓치지 말자. 애써 만든 기회는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다. 이 기회에 우리는 도약해야 한다. 아직은 샴페인을 터뜨리지 말자. 월드컵 이후의 미래를 그려보자.

 월드컵으로 모아진 국민 화합의 힘을, 역동적 에너지를 국운 상승의 계기로 만들자. 둥근 공 하나로 온국민이 열광하고 있다. 열기를 더해가는 월드컵을 통해 미래에 대한 비전도 확인하자.

 <고은미 IT리서치부장 emk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