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처럼 연령층 구분없이 폭넓은 사랑을 받는 동화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름답고 환상적이면서도 인간의 본성을 꿰뚫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이 소설은 프랑스 출신인 생텍쥐페리가 그의 친구에게 헌사하기 위해 썼다고 한다.
작가며 조종사, 기자이기도 했던 그는 지난 1944년 7월 31일 나폴레옹 황제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지중해의 코르시카섬 인근을 비행하던 중 많은 의문을 남긴 채 종적을 감췄다. 인류 최초로 야간 비행을 시도하기도 했던 그의 사인을 독일군의 격침이나 항공기 결함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자살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는 실종되기 1년 남짓 전에 ‘어떤 인질에게 보내는 편지’와 ‘어린왕자’를 발표했고 그것을 친구인 레옹 베르트에게 우정의 유물로 남겨두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는 고국 프랑스가 나치에게 침략당하자 친구를 버려두고 미국으로 망명한 것에 대해 평소 괴로워했다는 것이 이유다. 어쨌든 그의 주검은 실종된 지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천재성을 아까워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흔히 비행술을 크게 유시계(有視界) 비행과 계기(計器) 비행으로 나눈다. 전자기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비행을 인간의 시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최근 들면서 고도로 정밀한 계측장비를 이용하는 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생텍쥐페리도 독일군의 공격이나 기체 결함을 겪었고 당시 항공기 성능이 좀더 좋았더라면 사고를 면할 가능성이 더 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기업 경영도 비행술과 닮은 것 같다. 경영에도 여러가지 방법론이 있을 수 있지만 크게 보면 사장이 직관으로 경영을 하는 유시계 경영과 철저한 경영분석에 의한 계기 경영으로 나눌 수 있다. 한때 경영에서 큰 위험에 처하기도 했지만 현대 경영의 귀재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재일한국인 손정의씨가 바로 초계기(超計器) 경영을 역설했다. 그는 변화와 경쟁이 극심한 상황을 태평양을 건너는 것으로 비유, 태평양을 신중하고 안전하게 건너기 위해서는 초계기 비행, 즉 초계기 경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초계기 경영은 경영상태를 분석하기 위한 경영 지표가 1000개는 되어야 한다고 했다. 한가지 사업을 1000개의 각도에서 바라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래프다. 회사의 경영 상태를 극한까지 나누어 그래프로 분석하면 어디에 문제가 있고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여기에다 그는 탁월한 아이디어 하나를 추가한다. 바로 버추얼 컴퍼니(virtual company)다. 그것은 모든 사내 조직을 10인 1조의 독립된 팀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팀장은 인력 채용에서부터 제품개발, 사무실 이전 등 모든 권한을 가진다.
그리고 각 팀은 비용, 매출, 수익 등 모든 데이터를 한달이 아니라 하루 단위로 집계한다. 만약 일일결산으로 적자가 이어지면 그 팀은 도산하거나 해산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아무리 사업규모가 증가하거나 사원 수가 늘어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버추얼 컴퍼니는 철저한 독립채산제며 안전장치를 갖기 때문에 전체 기업이 도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막강한 경쟁력까지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경기가 요즘처럼 좋지 않을 때에는 기업의 키워드는 생존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적지 않은 기업이 위험에 처했고 또 일부는 도산에 이르고 있다. 도산의 원인이야 여러가지겠지만 단순화하면 지출이 수입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기업체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경영방법을 채택하고 있지만 버추얼 컴퍼니를 적극 도입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지구촌 기업의 경영상황이 하도 좋지 않다 보니 이같은 생각까지 떠올리게 된다.
<박재성 국제부장 j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