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대~한민국, 파이팅!

 월드컵 4강이다. 첫승도 16강도 8강도 아니다. 11인의 전사들은 마침내 해내고 말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6위팀을 연파한 우리의 태극 선수들이 이번에는 세계 8위의 무적함대 스페인을 격침시켰다. 그들은 120분의 끝을 기적으로 연출했고 지구촌 세계인들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리의 축구사뿐 아니라 세계의 축구사를 새롭게 쓴 그들이 자랑스럽다. 유럽·남미로 점철된 월드컵 역사에 한국, 아니 아시아가 있음을 각인시켰다. 체력을 이겨내고 개인기를 극복해 낸 그들은 다름아닌 우리의 아들들이다.

 1954년 월드컵 첫 출전 이후 한번도 승리를 거머쥐지 못했던 우리가 48년만에 첫승을 거둘 때만 해도 세계 여론은 이변이라고 했다. 그러나 16강에 오르고 8강에 이르자 경의의 눈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마침내 태극전사들이 4강의 신화를 이루자 한국팀의 선전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미국의 CNN은 “한국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강력한 투지, 꼭 해내고 말겠다는 태극전사들의 집념과 의지가 승리의 원동력이다. 그들은 놀라운 집중력과 힘을 바탕으로 승리를 이끌어 냈다. 4강의 역사를 이끈 히딩크 감독의 전술과 용병술은 빼어났다. 승부차기의 순번에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인 그는 이제 한국 축구의 아버지가 돼 버렸다.

 그러나 4강 진입의 힘은 ‘붉은악마’로 대표되는 국민들의 열광적인 응원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 등을 차례로 꺾은 힘의 원천은 한국민의 하나된 응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열정적이면서도 질서 정연한 대규모의 응원은 한국민의 위대한 힘과 가능성을 전세계인들에게 자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승승장구의 뒤편에는 늘 질시가 뒤따른다고 했던가. 가까운 이웃 중국의 일부 언론은 한국의 첫 4강 진출 의미를 애써 평가절하하는 모습이다. 중국의 CCTV 스포츠채널은 승부차기는 제쳐두고 스페인의 무효골 장면만을 반복해서 보여 줬다. 일본은 한국이 요코하마로 와서 결승전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운이 따랐다’는 단서를 잊지 않았다. 태극전사들에게 연장전서 패한 이탈리아는 이번에도 심판 판정을 문제 삼으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본외의 얘기가 되고 말았지만 미국에서 날라온 D램 제조사들에 대한 반독점 조사 방침에 이은 미국 정부의 소 제기 소식은 되살아나고 있는 한국 D램업체들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라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 자국 업체들을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보편성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한국 업체들을 겨냥하고 있음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소송이 진행되면 위반 사실 여부와는 무관하게 업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독일의 인피니온테크놀로지가 한국 D램업체들에 대한 상계 관계를 요구하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제소한 것도 하이닉스 매각을 통해 ‘빅뱅’을 기대했던 인피니온측의 예측이 빗나간 데 따른 생떼에 가깝다. 그들은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채권단측의 금융지원이 사실상 정부의 보조금이라는 주장하고 있지만 인피니온은 지난 4월 자국 정부로부터 1억9000만달러를 지원받는 등 정부로부터 지원 자금을 받은 대표적인 반도체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도전은 새로운 역사를 창출한다.

 한국 축구는 끝없는 도전 끝에 신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반도체산업도 모진 역경을 딛고 한국 수출산업의 꽃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측면에서 양쪽은 상당히 닮아있다.

 경기침체로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작금에는 선진 제국들의 견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불굴의 의지로 이를 극복해 반도체 신화를 계속 이어 갔으면 한다.

 25일에는 대망의 4강전이 서울 상암 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날은 경기 승패와는 관계없이 온국민의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태극전사들의 마지막 투혼을 기대해 본다.

 요코하마가 보인다. 대한민국 파이팅.

 <모인부장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