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강자로 거듭나기

◆박주용 디지털경제부장<jypark@etnews.co.kr>




 




 월드컵이 대단원의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은 강자와 약자의 위치가 바뀌는 이변을 연출하면서 보는 이들에게 어느 때보다 많은 감동과 흥분을 제공했다. 그 이변의 중심에는 우리가 있었다.




 이변이 연속되면서 우리는 달갑지 않은 소리를 들어야했다. 이른바 심판의 편파판정 논란이다. 인간이 하는 심판에 실수가 있게 마련이지만 유독 우리 팀과 붙은 강대국들의 불만이 컸다. 그들은 ‘심판이 승리를 갈취했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더니 결국 ‘음모론’으로 몰고 갔다. 비록 스페인전과 독일전에서 실력으로 입증하면서 그들의 음모론은 상당부분 빛이 바랬지만 월드컵이 지나도 한동안은 그들의 불만이 계속될 것이다.







 심판 판정 불만에 대해 ‘패배자들이 자존심 회복을 위한 희생양 찾기’라는 통렬한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불만을 가진 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도 있다. 평소에 약자로 보아왔기 때문에 패배를 인정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약자들이 받아야하는 수모 가운데 하나다.




 IT강국을 부르짖는 우리는 인터넷 인프라와 서비스, 활용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자부한다. 또 IT벤처기업들의 기술적인 능력면에서도 상당부분 앞서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선진국이라 일컫는 국가들은 아직 우리 기업들을 인정하는데 인색하다. 그들은 우리의 성취를 상당부분 거품으로 보고 있다.




 이는 세계경제라는 틀에서 놓고 볼 때 아직 우리는 약자의 위치에 서있기 때문이다. 경제에서 약자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월드컵에서 패배한 강국들이 심판판정을 인정치 않으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경제월드컵과 IT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외국인들에게 보여줬다. 이 때문에 우리를 보는 선진국들의 시각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로 우리가 약자의 위치에서 강자의 위치로 자리바꿈을 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들의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비록 우리가 경제적인 약자로 분류되고는 있지만 몇몇 산업군은 세계 일류라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산업이 휴대폰 단말기 산업이다. 한국산은 저가제품이라는 일반적인 인식도 이 산업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수출물량이 많은 데다 기능과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S전자의 고가·고급화 전략이 먹혀들면서 한국산 단말기는 세계인들이 가장 갖고 싶은 단말기로 성가를 높이고 있다.




 단말기뿐만 아니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도 산업적인 면에서 볼 때 강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들 산업의 성공은 과감한 투자와 끊임없는 연구개발 노력,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지금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번 월드컵이 가진 의의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기술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약자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는 점일 것이다. 문제는 이 계기를 어떻게 활용해 완전히 강자의 위치를 차지하는가 하는 것이다.




 월드컵 4강 신화는 우연히 이뤄진 것이 아니다. 과감한 투자와 선수들의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이며 혜안을 가진 지도자의 지도력의 산물이다. 이는 약자로 취급받고 있는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취해야할 자세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의 목표는 4강 이상이어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끈질긴 승부욕, 탄탄한 조직력으로 신화를 이룩한 태극전사들처럼 우리경제 주체들의 새로운 각오와 노력이 뒤따라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