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續 `IT 죽음의 조`

 월드컵 폐막과 함께 그 흥분과 열기가 점차 가라앉고 있지만 산자부·정통부·문화부·과기부가 격돌을 벌이고 있는 ‘IT죽음의 조’는 새로운 전운에 휩싸여 있다. 이미 본란에서 차기 정부 조직개편을 둘러 싼 IT 유관부서의 물밑 여론전을 지적한 바 있지만 최근에는 아예 노골적인 밥그릇 싸움으로 비화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자칫 한발 헛디디면 ‘정부가 대국민 봉사에는 관심이 없고 관료간 자리 다툼에만 혈안’이라는 여론의 뭇매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극히 자제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 여기저기서 돌출되고 있는 것이다.

 방송위원장이 방송통신 융합 추세를 반영하는 정부조직과 기구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을 때만 해도 정통부는 ‘불쾌한 표정’ 정도였다. 대반격였는지 몰라도 정통부는 아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들고 나오면서 통신이 결합된 뉴미디어분야를 직접 관장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IT죽음의 조’에서 벌어진 첫 ‘정면 공격’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방송 쪽에서는 펄쩍 뛰고 있지만 복합·융합화되고 있는 IT기술 흐름상 정통부의 주장은 정책적으로 논의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부처 영역이 아닌 기술과 서비스의 가닥을 잡아줄 시점이라는 점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지든 ‘링’ 위에 올릴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통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갔다. 얼마전 양승택 장관이 기자들 앞에서 거침 없이 속내를 털어 놓았다. 산자부가 IT분야에서 손을 떼라는 내용이었다. 산자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도 있었다는 것이 참석한 기자들의 전언이다. 더욱 주목할만한 사실은 이전 같으면 이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될 경우 “와전됐다”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부인하기에 바빴던 고위 정책진들이 “속이 후련하다”고 까지 말해 한술 더 뜬 것이다. 이쯤되면 정통부의 본 마음이 확연히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IT 부처 조정이 더 이상 감추고 체면 차릴 일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사실을 관료들의 입으로 객관화시킨 것이다.

 졸지에 ‘한 방 먹은 꼴’ 된 산자부는 어이 없다는 반응이지만 공식 맞대응은 삼가고 있다. 그렇다고 산자부가 손을 놓고 있거나 정통부의 ‘희망(?)’을 곧이 곧대로 수용할 리는 없다.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있는 분위기에서 치고받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을 뿐더러 잃는 것이 많다고 판단했음직 하다. 아마도 산자부는 지금쯤 그들대로 “국민을 보고 가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을 것이다. 부처 통합문제는 산자부에도 절박한 현안이다.

 이미 사태가 이 정도까지 진전됐으면 차제에 ‘IT죽음의 조’에 속한 부처 영역 조정은 공론화 단계를 거칠 필요가 있다. 각 부처가 겉으로는 부처 통합문제에 연연하지 않고 초연한 척해도 쉬쉬하며 감정싸움에 가까운 신경전과 홍보전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열돼 왔다. 언제까지 덮어두고 갈 일도 아니고 어차피 대선정국에선 진검승부가 불가피하다. 오히려 논의를 누르고 회피하다가 정치권의 필요에 의해 막후나 밀실에서 영역 조정이 이루어진다면 더 큰 낭패를 보게 된다. 혹여 조직보호를 앞세워 최고 엘리트 관료들이 정치실세에 기웃거리기도 한다면 이 또한 국민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그래도 조건이 있다. 공정 경쟁의 룰을 지키라는 것이다. 불공정 경쟁 업자에 칼을 들이대듯 관료집단도 상대방 흠집내기식 네거티브 전략보다는 누가 국민에게 더 다가가고 봉사할 수 있는지 정책 경쟁을 벌여야 하고 이를 입증하는 선의의 승부를 벌여야 한다. 정부도 경쟁이 있어야 발전 한다. ‘IT죽음의 조’는 생산적 경쟁으로 국민에 보답할 의무가 있다. 

 이택 정보가전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