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세계 IT업체들이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주요 IT업체들은 2분기 실적이 저조하다. 투자가 없는 IT산업은 극도의 피로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제2의 장거리전화회사인 월드컴이 회계부정 사건으로 파산보호 신청에 들어갔고 국제 금융시장은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야후의 회계방식을 조사할지 모른다는 추측이 제기되며 야후 주가가 폭락했다.
미국이 그러할진대 국내 IT벤처업계는 고사(枯死)위기라고 한다. IT 내수경기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올들어 IT기업에 대한 캐피털들의 투자는 격감했다. 여기다 일부 벤처기업의 주식 부당 내부거래 수사는 끊임없이 IT벤처업계의 도덕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사회적인 인식도 나빠졌다. 각광받던 벤처업체는 3개월째 월급을 못 주었고 기술이 좋아도 회사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주요 IT업체들조차 M&A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자금난에 시달린 테헤란밸리에는 분신같은 회사를 팔겠다는 CEO들로 넘쳐난다.
지난 2년간 계속된 캐피털의 투자격감이 IT업계 자금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벤처 육성에 적극적이었던 정부마저 지원보다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코스닥 진입은 갈수록 어렵기만 하다.
그러나 지금 과잉투자라고 지탄받는 IT산업은 90년 중반 이후 미국 신경제 성장 엔진의 축이었고, 국내에서는 IMF 탈출의 일등공신이었다. 신기술로 무장한 IT산업의 생활화로 사람들은 이제껏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여러 서비스를 누리며 윤택한 삶을 살고 있다.
수익성을 내지 못하는 업체들이 문제인데 IT경기 침체에도 여전히 잘 나가는 업체들이 있다. e베이와 델컴퓨터가 예가 될 수 있다. e베이를 ‘살아남은 가장 성공한 닷컴기업’이라고 일컫는데 기존 오프라인 기업의 장점을 접목한 경영으로 멕 휘트먼은 탁월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는 델컴퓨터도 성과주의 경영으로 여전히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얼마전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세계 IT투자가 이미 바닥을 쳤으며 올해 IT투자는 전년보다 3.7%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서는 지금이야말로 IT투자를 재개할 적기”라고 주장한다. “지금 경기가 안 좋다고 말들이 많지만 그래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산업은 IT뿐이다”라는 전문가의 말에 우리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IT는 다양한 혜택을 주는데 네트워크 같은 기술은 다른 부가가치를 낳는다. 또한 IT는 기업의 지적자산을 창출시킨다. IT는 기업의 비즈니스 잠재력을 증폭시킬 수 있다. IT는 고객 접촉 업무부터 고객 분석, 정교한 정보 관리에 이르기까지 보다 넓은 범위의 고객 대상 업무를 처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IT산업은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산업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며 길게 보면 지금은 발전 초기에 나타나는 조정기일 뿐이다. 철도, 전기, 방송 등 대부분의 당시 첨단산업은 발전 초기에 버블을 겪었으며 IT산업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정보기술의 불연속기일 뿐이다. IT산업은 유관산업의 생산성 증대의 고도화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발전 여력이 대단히 크다.
부시 정부도 정보화투자 확대를 정책기조로 유지하기로 했다. 우리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지 말고 IT산업을 정책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밀어줘야 한다. 그래야 IT인들이 어려움을 견뎌내며 미래 IT를 이해하고 기회 선점을 위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IT산업을 위한 모두의 희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고은미 IT리서치부장 emk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