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방송과 통신 융합 과정

 ◆원철린 문화산업부장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인해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일어나면서 관련 부처간 신경전이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 현재 위성 디지털오디오방송·지능형 통합정보방송·디지털미디어센터 등 차세대 서비스 영역을 놓고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대립의 각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서로 자신의 관할이라고 주장하면서 새로운 정책들을 각각 내놓고 있다.

 그 과정에 있어서는 안될 감정문제까지 섞이다 보니 협력을 모색하기보다 상대편의 정책에 생채기를 내기 일쑤다. 정통부가 통신서비스 및 사업자분류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디지털방송업체를 기간통신사업자로 분류하겠다고 발표하자 곧바로 이를 받아 방송위가 디지털방송은 자신들의 관할이라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 좋은 예다. 두 부처의 이런 갈등의 배경에는 정권 말기 의례적으로 있어 온 부처간 조직통폐합 문제가 달려 있기 때문에 쉽게 가라앉지 않고 사사건건 갈등을 빚으면서 증폭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업체들은 서로 눈치보기 바쁘고, 정부 부처는 부처대로 정책만 쏟아냈지 정책을 제대로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자조적인 말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올까.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방송위와 정통부는 방송과 통신산업의 육성을 위해 지금과 같이 ‘따로국밥’으로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위와 정통부는 방송과 통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방송과 통신정책을 합쳐야 한다는 기본원칙에는 공감하고 있다. 정작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각론에 들어가면 장군멍군식으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두 부처는 서로 자신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이 남의 여자와 사랑하면 불륜이고 자신이 하면 로맨스다’는 식이다. 조직의 논리상 어쩔 수 없다 해도 두 부처가 너무 지엽적인 측면에 얽매여 있다 보니 보는 이를 걱정스럽게 한다.

 방송과 통신산업에 있어 현시점은 무척 중요하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예전에는 전혀 생각할 수 없던 새로운 서비스들이 창출되고 있다. 이를 단숨에 꽃피울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또한 내년쯤 방송과 통신서비스에 대한 미국 등 선진국의 개방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보다 자본과 기술에 앞선 다국적기업들이 밀려올 수밖에 없는 개방의 높은 파고에 대비해 방송과 통신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이 시점에 부처간 영역다툼으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그동안 성장을 주도해온 전자·자동차·섬유·철강·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이 공급과잉과 설비투자 부진, 중국 같은 강력한 경쟁국의 등장 등으로 크게 위축되고 있다. 무엇보다 IMF를 극복하는 데 일조한 IT와 벤처분야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하고 있다.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가 어둡다고들 이야기하는 지금 방송과 통신이 한축을 맡아줘야 한다. 방송과 통신은 유망한 우리의 미래 수종산업으로 떠오른 문화기술(CT)의 인프라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송과 통신융합 환경에 대비한 우리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방송위는 방송·통신이 융합되는 방송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3기 ‘디지털방송추진위원회’를 구성, 운영에 들어갔다고 한다. 여기에는 정통부와 학계·업계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어 방송과 통신융합에 따른 방송·통신산업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여러 정책을 수립해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하지만 정책도 정책이지만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적합한 정부 조직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과 같은 정부조직으로는 아무리 좋은 정책안이 나와도 서로 뒷다리잡기 바빠 제대로 실천할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