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재해 복구가 필요한 증시

 ◆박주용 디지털경제부장 jypark@etnews.co.kr

 

 10월에 들어서면서 가을 기운이 완연해지고 있다. 아침 저녁 바람이 서늘하게 느껴지고 한낮 늦더위도 이미 이전 같지 않다. 이제 한해의 노력을 결실로 거둬들이는 농부의 손길이 더욱 바빠지면 가을도 그만큼 익어갈 것이다.

 연말이 아직 석달 정도 남아 있지만 이맘때가 되면 이미 사람들은 지난 기간의 성과를 나름대로 저울질하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거둬 만족스러워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툭툭 불거져 나온 변수로 인해 모든게 계획했던 대로, 기대했던 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삶에서 변수라는 것은 인생을 단조로움으로부터 건져내는 활력소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변수도 변수 나름이다. 지난 여름 우리가 겪어야 했던 수해와 최근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증시는 변화라기보다 너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수해를 입어 삶의 터전과 수확의 꿈을 잃은 농부 입장에서 자신들이야말로 ‘모진 목숨’일 것이다. 방송에 비치는 허탈한 그들의 표정과 몸짓을 보면 ‘복구 노력’을 부르짖기조차 송구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도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손길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많은 시간이 지나면 수해를 입은 이들의 삶도 점차 과거의 모습을 되찾아 가겠지만 그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피해와 불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으리라.

 수해가 삶의 터전을 지켜온 이들에게 닥쳐온 재해라면 최근의 증시하락은 500만명에 달하는 서민·중산층 등 경제 주체들에 쏟아지고 있는 재해다.

 증시에서 일거에 부를 챙기려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상당수의 투자자들은 성장기업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투자로 적절한 이득을 얻으려 한다. 이득 여부는 정보 수집 능력의 차이와 투자 타이밍이 변수가 된다. 여기에는 국내 증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해외증시나 경제상황도 포함된다.

 완벽한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적당한 변수를 즐기면서 금리 이상의 이득을 얻어낼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 원금의 한두 배 정도의 횡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갖는 매력이다. 그러나 지금의 국내 증시에서 이런 것들은 ‘한여름밤의 꿈(?)’에 불과하다.

 연중 최저치를 매일 경신하고 있는 거래소와 사상 최저치 경신이 임박해 있는 코스닥시장. 우리 증시가 처해있는 현실이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경우 전체 등록기업의 주식가치가 자산가치의 절반에도 못미치게 평가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주가가 액면가의 2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저주가’에 따른 퇴출위기로까지 몰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빈손과 자괴감만 남아 있다. 당초 투자금액에서 반토막 남은 사람들은 행복한 축에 든다. 원금 1000만원을 투자해 100만원이 채 남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다. 주식이 여유 돈만으로 즐기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반파’나 ‘사실상 전파’ 수준의 재해를 입은 이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증시에서도 ‘모진 목숨’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증시의 부진이 대내외 경제환경에 영향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증권시장은 권력과 유착된 비리 등 분명 증시 외적인 요인들이 시장붕괴에 큰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경제논리만 가지고는 상황이 지금처럼 나빠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는 작금의 증시상황을 재해 그 이상으로 봐야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수해에 복구가 필요하다면 증시에서도 시장환경 이상으로 지나치게 저평가된 부분에 대한 복구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그것이 지수 1포인트를 올리는데 머문다할지라도 시장의 유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정부의 최소한의 성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