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동상이몽

 요즘 KTF와 KT아이컴이 바쁘다. 합병을 앞두고 서로 이니셔티브를 쥐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리고 KTF가 KT아이컴 주식(15%) 인수에 공개적으로 나섰다. 마치 선제공격을 펼치는 듯한 양상이다.  

 KTF는 KT아이컴의 주식을 미리 사들여 주가상승의 모멘텀을 찾는 동시에 합병 이후에 발생하는 주가희석 효과를 줄인다는 계산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도 주당 3% 이상 주가가 상승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이번 KTF의 KT아이컴 주식매집은 성공여부에 따라 양사의 합병과정과 그 이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

 이들 두 회사의 합병은 사실상 모기업인 KT를 중심으로 한 합병추진위원회가 키를 쥐고 있다. 하지만 KTF의 KT아이컴 주식매집처럼 KTF가 합병의 주체로 굳어질 경우 KT아이컴이 국내 최초를 내걸면서 추진하는 비동기식(WCDMA) IMT2000 서비스가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적지않다.

 반대로 비동기식 IMT2000 서비스에 역점을 두는 쪽으로 합병법인의 가닥을 잡는다면 KTF의 입지는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T아이컴은 지난 월드컵 때 세계 처음으로 한일간 영상통화를 시연하는 등 IMT2000 서비스 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내년 6월에는 서울 및 수도권 15개 지역을 대상으로 국내 최초의 WCDMA방식 IMT2000 상용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장비발주와 망 안정화 작업도 한창이다. 동시에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MMS)와 m커머스 등 기존의 이동통신 서비스와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도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한일 월드컵과 부산아시안게임은 KT아이컴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을 놀라게하면서 약 2400억원의 홍보효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IT강국을 알리는데 앞장섰다는 자부심도 얻었다. IMT2000 서비스에서 아태지역의 대표사업자로 올라서겠다는 전략목표도 분명하다. 외견상으로는 KT아이컴이 합병 후에도 의미있는 존재로 대세를 이끌어갈 수 있는 명분을 갖춰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KTF는 이번 KT아이컴의 주식매집에서도 볼 수 있듯이 KT의 ‘장자’임을 과시하고 있다. 1000만명이 넘는 가입자수나 기지국, 유통망 등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스트럭처도 KT아이컴과는 비교가 안된다. 그리고 지난 5월부터는 동기식의 3세대 통신서비스인 EVDO 상용화에 들어갔다.

 아직까지는 가입자수가 4만명도 안되지만 외부 여건이 개선돼 가입자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의 2세대보다 고급화된 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이며 정지영상이 아닌 동영상 MMS 서비스도 준비중이다. KTF는 특히 이번 합병의 주체가 자신임을 내세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결국 양사의 합병 이후 차세대 통신서비스의 기류는 그 주체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KTF가 합병의 주역이 되면 동기식의 EVDO에 뿌리를 두게 돼 WCDMA 서비스는 예정대로 내년 6월에 선보인다 해도 그 다음 단계 서비스가 상당기간 늦춰지거나 명목만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KT아이컴이 추진하는 IMT2000 서비스를 위한 투자경쟁이 조기에 달아오르거나 소비자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나타날 경우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양사의 합병이 대주주인 KT의 강력한 유선기반 환경을 바탕으로 유무선을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에 근간을 두고 있는 데다 3세대에서는 무선에서도 부동의 1위가 된다는 KT그룹의 전략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KTF와 KT아이컴의 동상이몽이 언제쯤, 어떻게 정리될지 궁금하다.

<이윤재 IT산업부장 yj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