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위가 18세 이상가라는 등급을 내놓으면서 한동안 사회 이슈가 된 리니지 파동이 일단락됐다. 해당 업체가 양보하면서 영등위의 심의를 놓고 양분됐던 사회여론이 가라앉았다.
리니지 등급에 대한 영등위의 결정이 옳았느냐, 혹은 옳지 않았느냐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것은 소모전일 수 있다. 누구나 각자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결정, 그 자체를 놓고 설전을 벌이는 것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별다른 의미가 있을 수 없다.
심의 결정 그 자체가 논란을 갖고 있다면 결정 그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차선책일 수 있다. 이러한 결정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면서 까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더라도 영등위의 심의결정을 놓고 생각해봐야 할 일이 있다.
우선 우리나라는 역시 기업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리니지는 심의받기 이전에 이미 2년 이상을 국내에서 정상을 차지하는 인기게임이었다. 국민 5명 중 1명꼴로 리니지를 즐겨왔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받은 제품을 사후에 심의, 정상적인 영업을 못하게 막는 일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기업활동을 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오고 있다. 실제로 외국업체들은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손꼽고 있다. 이번 리니지 파동은 이같은 인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영등위의 심의는 사전심의이지 사후심의가 아니다. 업체가 서비스를 하기전에 등급심의를 받아 유통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미 2년 동안 시장에서 검증을 받고 유통된 제품을 사후에 심의한다는 것은 청소년보호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2년 동안 인기를 누려온 게임을 정책변경을 통해 심의를 소급 적용한 셈이 됐다. 실제로 영등위의 심의결과 리니지를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11만원대에서 8만원대로 빠지면서 투자자는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입어야 했다.
물론 업체가 사전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이 정상적으로 2년 동안 영업활동을 해 온 점을 생각한다면 업체가 입을 손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변경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다음으로 심의 자체에 여론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심의를 크게 외적인 부문(환경)과 내적인 부문(게임내용)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이번 리니지의 경우 내적인 부문보다는 외적인 부문이 크게 좌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이미 여론에서 리니지의 해악성이 크게 부각됐다. 리니지는 2년 이상 유통되면서 게임의 중독성부터 시작해서 현금아이템의 거래, 폭력성 등 많은 문제들이 지적됐다.
만일 리니지가 서비스되기 이전에 심의를 거쳤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 것인가. 한 게임대학의 교수도 서비스 이전에 게임내용만 가지고 심의를 한다면 청소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말하고 있다.
리니지 파동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아직도 단선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리니지로부터 생겨난 모든 문제를 게임으로 돌리고 그러한 게임의 유통을 막으면 된다는 식이다.
과연 리니지로 생겨난 청소년의 문제가 리니지 게임 때문인가. 문제를 리니지 탓으로 돌릴 수 없다. 우리의 가정, 사회·교육 등 모든 문제가 복합적으로 겹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리니지와 같은 파동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원철린 문화산업부장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