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IT대선 만들자

◆이윤재 IT산업부장 yjlee@etnews.co.kr

 

 이번 대선은 이틀 남기고도 두 후보간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 외에도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미디어가 대선의 주요 기능으로 자리잡았는가 하면 인터넷, 이동전화 등 정보기술(IT)의 활용이 돋보인다. 이제 대통령 선거도 정보사회로 옮아간, 시대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우선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아침인사로 일과를 시작한다. 각 후보의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올라오고, 또 이것이 여론의 한 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무선인터넷 홈페이지(폰페이지)는 이번 선거에서 처음 선보였다. 선거와 관련한 정보는 물론 정책성명과 논평, 유세일정, 캐릭터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 첨단 IT문화에 익숙하다는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휴대전화를 통한 통화연결음의 경우는 지지후보를 표명하고 싶은 유권자들의 취향과 맞아떨어지면서 적지않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 6월 한·일 월드컵 때 보여준 ‘IT월드컵’의 위력을 이번 대선에서도 재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게 할 정도다. 지난 한·일 월드컵에선 개막식 때부터 IT의 향연으로 시작해 실시간 전송서비스, 정보마을 탐방, 3세대 영상통신 시연 등 전세계인의 시선을 끌어모을 수 있는 IT이벤트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번 대선도 잘 만하면 IT월드컵의 바톤을 이어받아 IT대선으로 승화됨은 물론 IT가 ‘돈 안드는 선거’의 주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바람일까. 여기저기서 IT활용에 따른 불협화음이 들린다.

 지난 10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선거법에 저촉되는 문자메시지 집단발송을 놓고 한차례 소동을 벌였다. 이어 선관위는 선거법 제109조에 따라 컴퓨터 또는 자동송신장치를 사용한 문자메시지 발송이 위법이라며 단속에 들어갔다. 또 통화연결음 서비스의 경우는 합법적인 것으로 판정났지만 캐릭터 제공 서비스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선거법 93조 위반 소지가 있어 캐릭터 ‘보기’만 가능하고 ‘다운로드’는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동전화를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해온 이동전화사업자와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선거법 위반 가능성 때문에 투개표 정보제공을 제외한 나머지 서비스를 사실상 중단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사용자가 선거위반사범으로 몰리는 사태도 나타나고 있다. 선관위는 올들어 지난 11일까지 9000여건의 사이버 선거사범을 적발했다고 한다. 유감스럽게도 선거법 조항을 잘 알지 못해 적발된 네티즌이 대부분이다. 또 선관위가 이번 대통령 선거를 위해 마련한 ‘인터넷 선거운동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해 대화방이나 게시판에 자신의 지지의사를 밝히거나 e메일로 좋아하는 후보의 연설내용, 공약 등을 전달할 수 있는 기간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20일로 제한돼 있다.

 세계 최고의 IT인프라가 선거법 때문에 발목이 잡히는 현상을 외국인들이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그것도 IT월드컵을 목격하고 IT코리아에 심취된 외국인들에게 이런 현상을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는가. 2년 후에 열리는 총선 때에는 IMT2000서비스가 본격화될 뿐만 아니라 공중망무선랜을 통한 유무선통합서비스와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처럼 또다른 새로운 서비스가 대중화된다.

 이제 더이상 과거에 만들어 놓은 선거법으로 이미 급변해 있는 정보사회에 잣대를 들이대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