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라인]노 당선자의 화두

◆모인 산업기술부장 inmo@etnews.co.kr

 

 21세기 대한민국의 진운은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맡겨졌다. 국민들은 ‘낡은정치의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외친 그를 5년간의 국정 책임자로 선택했다. 의외라는 반응과 당연하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으나 선거의 결과는 냉정한 것이다.

 내년 2월 출범하는 노 당선자의 과제는 하나 둘이 아니다. 공약대로 국민 대통합 시대를 열어 갈라진 민심을 추스려야 하고 세대간 갈등도 봉합해야 한다. 특히 북핵 문제를 포함한 새로운 대북정책은 코 앞에 선 과제다.

 안타깝게도 내년 경제 기상마저 좋지 않다는 점은 노 정권이 안고 가야 할 과제다. 내년 하반기께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그에 대한 비관론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우리나라 산업을 주도해 온 IT경제는 벌써 수년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서 노 정부의 기업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면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개혁성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피곤해하면 이미 그 개혁은 실패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IMF 외환 위기를 몰고 온 김영삼 정부시절 종합주가지수가 1142포인트까지 치솟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가 많지 않다. 지난 94년 11월 9일의 일이다. 김영삼 정부는 이후 세계 경제 선진대국 대열인 OECD 가입에 성공했고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의 막을 열기도 했다.

 더욱이 그는 이웃나라 일본도 엄두를 못낸 금융 실명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런 정권에서 외환위기라는 국치를 불러왔다는 사실은 아이러니 하다 못해 부화가 치솟는다.

 현 정부의 개혁바람도 김영삼 정부의 그것과 못지 않았다. 재벌 해체와 사회전반에 대한 시스템 개혁은 전 정부보다 더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큰 욕심으로 인해 일을 그르쳐서는 안된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미 우리 사회는 거대한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 축을 드러내려 해서는 현실을 안고 앞으로 나갈 수 없다. 꽂을 피우기보다는 밑거름이 되려는 마음 자세가 긴요하다.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가 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잊어야 한다. 큰 길을 향해 걸어야 한다는 말이다. 크게 신세 진 사람도 없으므로 꺼릴 것도 없다.

 특히 경제를 나몰라라 해서는 내일을 기대할 수 없다. 월드컵 축제의 역량을 국민생산 증대에 연결하고 IMF 졸업으로 거듭난 국제 신인도를 바탕으로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정책의 우선 순위와 완급을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는 기원전 31년 라이벌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를 격파하면서 실질적인 황제에 오른 인물이다. 로마의 전통적 가치관을 지키며 공화정을 부활시키는 등 권력을 백성에게 돌려준 인물로 잘 알려져 있는 그도 권부에 진입하기 이전에는 호전적이며 잔인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Make Haste Slowly(바쁠수록 돌아가라)’.

 찢길대로 찢긴 로마 제국에 평화를 안긴 그의 힘이 철저한 사전준비와 완급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변화와 통합을 추진하려는 노 정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